`IT 미개척지` 인도에서 美-中기업 정면대결

마지막으로 남은 거대 정보기술(IT) 미개척지인 인도에서 미국과 중국 IT 기업이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인구 12억의 인도 IT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가던 미국 IT 기업들이 중국의 투자를 받은 인도 현지 IT 기업들의 급속한 추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IT 기업은 현지에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 운영에 나선 반면, 중국은 현지 스타트업을 지원해 미국 기업을 견제하고 있는 셈이다.
인도는 IT 업계에서 마지막 엘도라도로 꼽힌다. 12억이 넘는 인구 대부분이 이제 막 인터넷 연결을 시작하는 걸음마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양대 거대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 이미 촘촘하게 쳐진 규제의 그물망도 인도엔 없다.
이에 아마존, 우버, 페이스북 등 미국 IT 기업들은 일찍부터 적극적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서왔다.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인도 법인 운영에 이미 50억 달러(5조6000억 원) 가량을 투자한 상태다. 차량공유업체 우버 역시 1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페이스북은 인도가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이용자가 많은 시장이다. 페이스북의 왓츠앱 메신저는 인도 제1의 메신저로 공고히 자리잡았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뒤쳐졌으나 최근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이들 실리콘밸리 기업을 위협하고 나섰다. 홍콩 조사기관 AVCJ 리서치에 따르면 2015~2016년 중국의 인도 스타트업 투자는 총 32억 달러(3조6000억 원)로 14억 달러(1조6000억 원)에 그친 미국을 압도했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이번달 인도 모바일페이 및 온라인 쇼핑 스타트업인 페이틈(Paytm)에 1억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알리바바는 이미 지난 2015년 페이틈에 5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40%를 확보한 바 있다.
자동차공유업체 디디추싱은 우버의 현지 라이벌 업체 올라(Ola)에 5억 달러를 2015년 투자했고, 콘텐츠 기업 텐센트도 지난해 페이스북 왓츠앱과 경쟁하고 있는 현지 메신저 기업 하이크(Hike)의 1억7500만 달러 규모 자본유치를 주도했다.
중국은 인도와 인터넷 개척 환경이 비슷한 수준에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중국 기업들은 이 장점을 활용해 다양한 자문서비스도 같이 제공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페이틈 임직원을 중국으로 자주 초청해 컨설팅을 해주거나 직원을 직접 인도로 파견해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WSJ는 초기엔 중국 기업들도 자회사를 직접 운영했으나 영어로 비즈니스를 하는 데 익숙한 인도의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차선으로 현지 스타트업 투자에 손을 뻗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