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0대 소녀, 대낮에 이웃 8살 초등생 유기 살해
입력 2017-03-30 16:09 

10대 소녀가 이웃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뒤 사체를 훼손·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 며 진술을 회피했다. 피해 여학생의 목에서는 끈에 의한 목 졸림 흔적이 발견됐다.
30일 인천 연수경찰서는 A양(17)을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 체포해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양은 전날 낮 12시 45분께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한 공원에서 친구와 놀고 있던 초등학교 2학년 B양(8)을 집으로 데려가 살해한 뒤 사체를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아파트 15층 자신의 집에서 살해한 B양의 사체를 훼손해 음식물 쓰레기 봉투 2개에 담아 아파트 16층 옥상 물탱크 건물 지붕 위에 올려놓았다.

물탱크 건물 벽을 타고 사다리가 설치돼 있지만 10대 소녀가 무거운 시신을 들고 오르기 힘든 높이여서 조력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A양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옆 공원에서 친구와 놀고 있는 B양을 만난 뒤 휴대전화를 빌려주겠다고 꾀여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B양과 함께 공원에서 놀고 있던 C양이 "친구가 '엄마한테 연락해야 하는데 휴대폰을 빌려 써야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A양이 "휴대폰을 쓰게 해주겠다"며 B양을 집으로 유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녀가 살해됐다는 소식에 할머니 C씨(70)는 오열했다. C씨는 손자 중에서도 막내인 B양을 끔찍이 아꼈다. "전날 소식을 듣자마자 대구에서 급하게 왔는데 우리 며리가 울면서 말을 하질 못한다"면서 "우리 딸이 빨리 천사가 되려고 하늘나라 간 거라고 하는데 내 속이 다 타들어 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C씨는 "한낮에 그것도 아파트 단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수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A양은 이날 새벽 초기 조사에서 "변호사가 올 때까지 진술하지 않겠다"며 진술을 거부하다 오전부터 조사에 응했지만 "내가 살해한 건 맞지만 왜 살해했는지, 어떻게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회피했다. 김경호 연수경찰서 형사과장은 "A양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면서 "서로 알던 사이가 아닌데 왜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행했는지 계속 추궁하고 있다. 조사에 임하는 태도를 비춰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고 말했다.경찰은 B양의 목에서 끈에 의한 삭흔을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A양 집에서는 물로 청소하다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혈흔이 발견됐다.
A양은 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우수하고 모범생이었으나 부적응을 이유로 중도 자퇴했다. 7년 전부터 정신질환을 앓아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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