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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외인자금 점검] 외환위기가 온다면 어떤 경로?…대비책은
입력 2017-03-29 17:13 

주식과 채권을 가리지 않고 외국인 자본이 밀려오고 있다. 당장 국내 투자자 입장에선 호재지만,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한국경제가 휘청일 때마다 이같은 외국 자본의 쏠림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이 섞여 들어오면서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등 악재가 발생할 경우 외국인 자본이 들어온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빠져나가는 이른바 '서든 스톱(Sudden Stop)'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9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외국인 자본의 '서든 스톱' 전에 자본의 대규모 유입이 있었다"면서 "미국이 금리를 높이고 국내 경제상황은 불안정한데 돈이 들어오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환율조작국 지정 이슈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들어오는 외국인 자본은 단기적으로 환차익을 노린 투기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서든 스톱'은 대규모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 외화 유동성이 고갈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로 지난 1995년 MIT 교수였던 고(故) 루디거 돈부시가 처음 사용했다. 한국처럼 선진국 통화·환율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신흥국에서 흔히 발생한다. 유입되던 자본이 급감하거나 대규모로 유출되면서 외화유동성 고갈, 외환위기로 이어지는 연쇄반응을 유발해 다시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환투기 세력이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로 한국 외환 당국이 시장 개입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환투기 세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과도한 자본유입으로 인한 원화값 급등세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가장 시급한 과제로 4월과 10월에 있을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비한 '환율외교'를 꼽았다. 김 교수는 "현 정부는 물론 5월에 들어설 새 정부도 대미 환율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일본은 아베 수상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면서 환율외교를 성공적으로 치뤄냈고, 중국은 워낙 대국인데다 여러 협상수단이 있어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경각심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이어 통화당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여건을 감안해 금리정책을 신중히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이 올해 추가로 두 차례 금리를 높일 경우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자본유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통화당국은 자본유출도 막으면서 동시에 급격한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도록 금리정책을 신중히 운용해야 한다"면서 "금리안정에 초점을 두고 미국과의 금리차이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금리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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