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에서 전세 주택에 살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작년 파주에 있는 미분양 아파트를 2억7000만원을 주고 매입했다. 정부 규제로 향후 은행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가의 10%인 계약금 2700만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은행 빚을 냈다. 하지만 A씨는 경기 불황이 길어지고, 금리 인상까지 임박하면서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 대출까지 더해져 버거운 이자부담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불황에도 금융기관에서 빚을 늘려 집을 사는데 돈을 쓴 가구가 늘면서 가계의 여유자금이 6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16년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작년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70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조7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이후 6년 만에 감소한 것이며 2012년 69조5000억원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박동준 한은 경제통제국 자금순환팀장은 "신규 주택 구입 증가 등의 요인으로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경기부진에 씀씀이를 줄인 가계가 많아지면서 2010년 59조3000억원, 2011년 62조7000억원, 2012년 69조5000억원, 2013년 87조3000억원, 2014년 91조7000억원, 이어 2015년 94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증가세였다.
잉여자금은 예금·보험·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것으로 잉여자금이 늘었다는 것은 가계가 쓰지 않고 쌓아둔 돈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잉여자금이 줄었다는 것은 가계가 주택 구입 등 소비를 늘렸다는 것을 뜻한다.
가계는 빚 내서 집 사느라 여유자금이 줄어든 반면 정부는 세수 증가로 잉여자금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정부 부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작년 34조원으로 전년의 20조1000억원 대비 크게 늘어 2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은은 세수 증가에 기인해 일반정부의 잉여자금이 늘었다고 부연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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