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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선테마株 뛸때 `그들`은 팔았다…금감원 53종목 특별감시
입력 2017-03-27 17:56  | 수정 2017-03-27 20:19
대통령 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주식시장에서 정치테마주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대주주나 임원들은 이 틈을 타서 해당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이 지난해부터 정치테마주로 분류한 회사 150여 개를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53곳에서 이미 대주주나 임원들이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일경제신문이 지난해 9월 1일부터 지난 8일까지 약 6개월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지분 매도를 공시한 정치테마주를 분석한 결과다. 공시 주체는 주로 최대주주·대주주·임원·전문투자회사 등이다. 개인투자자에 비해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테마주를 차익 실현 기회로 이용한 셈이다. 개인투자자로서는 정치테마주라는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는 이들 배만 불려주고 쪽박을 찰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큰 규모로 매도가 나타난 정치테마주는 코스닥 육가공업체 정다운이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재명 성남시장과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이 기업은 지난해 12월 28일 주가가 사상 최고치(6360원)를 찍었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인 12월 29일부터 이회사 임원 이현덕 외 8명이 803만주를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이를 매도 당시 주가를 감안한 금액으로 환산하면 357억원에 달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꼽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고려산업도 마찬가지다.
줄곧 1000원대에 머무르던 이 회사 주식은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면서 지난해 9월 급등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8880원까지 올라 무려 8배나 상승했다. 주가가 움직이자 이 회사 임원 및 주요 주주로 분류되는 김민철 이사보 등 4명은 지난해 10월부터 주식 180만주(약 122억원)를 팔아치웠다.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들이 팔고 나간 종목들도 있다.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코스닥기업 디알텍·티엘아이, 안희정 충남지사 테마주 대주산업은 10% 이상 주요 주주들이 주가 상승을 틈타 주식을 팔았다고 공시했다.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등 투자전문사들도 보유 주식이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급등하자 차익 실현에 들어갔다.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됐던 태평양물산 주식을 들고 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임원·대주주들의 매도가 나타났던 정치테마주를 테마별로 분류해 보면 이재명(16종목), 문재인(15종목), 반기문(15종목), 안희정(4종목), 황교안(2종목), 안철수(1종목) 순이었다.
정치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한 뒤 대주주나 임원들이 주식을 매도했다고 해서 시장 교란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다만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작전세력 개입이나 주가조작 여부를 집중 감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남찬우 한국거래소 투자자보호부장은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급등만 보고 실체가 없는 정치테마주에 올라타고 있지만 실제 대주주들은 이를 이용해 차익 실현에 적극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런 주식들은 조심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정치테마주에 이어 '정책테마주'도 기승을 부릴 움직임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실제 대선을 앞두고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출산 장려, 4대강 복원 등 대선 후보들 공약과 관련한 테마주들의 주가 변동 폭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부터 3월 23일까지 정책테마주 주가 변동률은 16.7%에 달했다. 정치테마주 주가 변동률인 16.4%와 유사하면서도 시장 평균(3.3%)을 크게 웃돈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3월 10일 이후엔 정치테마주의 주가 변동률이 2.1%에 그쳤지만 정책테마주는 10.5%로 시장 평균(1.9%)에 비해 5배 이상 컸다. 대선 후보들의 인맥 관련 정치테마주에 대해 금융당국 감시가 강화되자 투자자들 관심이 정책테마주로 바뀐 것이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특별한 이유 없이 주가가 급등하거나 거래가 급증하는 정책테마주에 대해 매매 분석, 풍문 검색, 제보 내용 분석 등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2년에도 정부가 중점 추진한 녹색성장 정책과 맞물려 전기차 테마주로 주목받던 코스닥 상장사는 실적 악화로 상장폐지된 전례가 있다"며 "투자자들은 정부 정책이 해당 기업의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 않고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예경 기자 /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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