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쌍두마차 한 자리를 두고 SK하이닉스와 현대차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강세였던 SK하이닉스가 주춤한 사이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껑충 뛰면서 두 회사의 시총 순위가 엎치락 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7일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2.42% 올라 시가총액 36조997억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한 계단 오른 코스피 시총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이날 1.22% 하락한 현대차는 시가총액이 35조6847억원으로 시총 3위로 밀렸다.
두 회사의 시총 격차는 불과 1조2250억원으로, SK하이닉스가 3.3%만 떨어져도 역전될 수 있는 정도의 근소한 차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코스피 랠리를 이끌어온 국내 IT 대표주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현대차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2위에 올랐고 넉달 넘게 이 자리를 지켰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증시를 대표 하는 종목으로 꼽혔던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한때 한국전력, 삼성물산에도 뒤지며 시총 5위까지 추락한 적도 있다.
지난 2월 초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의 시총은 39조3121억원, 현대차는 30조7285억원으로 두 회사의 시총 차이가 상당했다. 하지만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던 SK하이닉스가 주가가 지난달에만 13% 하락하며 조정을 받는 사이 현대차 주가는 이달 6일부터 21일까지 보름여간 무려 20% 넘게 오르며 두 회사의 시총 격차가 급격히 좁혀졌다.
이어 지난 21일 현대차가 8% 급등하면서 시총 2위의 주인이 SK하이닉스에서 현대차로 바뀌었다. 24일 두 회사의 시총 격차가 892억원으로 좁혀졌다가 이날 SK하이닉스가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주가 불확실성이 커 당분간 2위 싸움 양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하반기 반도체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에 차익 실현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도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최근 주가가 올랐지만 증권가의 이익 전망은 지속적인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고점대비 13% 정도 하락하면서 조정을 받고 있는데 하반기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 컨센서스 실적 기준으로도 밸류에이션 부담은 현저히 낮은 상태에서 향후 분기 실적 역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 실적이 가시화되는 시점부터 주가는 재차 반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높은 주가상승을 실현한 이유는 단순히 지배구조 변화 기대감에 따른 지분가치 재평가가 아니라, 업황호조에 따른 지속적인 이익 컨센서스 상향조정이 잠재적 사업회사(OC)와 투자회사(HC)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며 "현대차의 구조적 기업가치 상향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변화 여부 그 자체 보다는 이익 방향성을 상승시킬 수 이는 영업현황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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