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케어 법안이 좌초된 배경으로 '강경파'를 정면 비판에 나서면서 공화당 분열이 가시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당내 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가 오바마케어를 부활시켰다. 민주당은 뒤에서 웃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케어가 좌초한 것은 썩은 워싱턴 정치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케어 법안 표결이 무산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민주당을 비판했으나 주말을 거치면서 비난의 화살을 공화당 내부로 돌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트럼프케어가 무산된 책임을 물어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혹평하는 폭스뉴스 프로그램 시청을 권유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논란을 증폭시켰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프리덤 코커스 설립자인 짐 조던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법안은 오바마케어를 제대로 바로잡지 못했다. 미국인의 17%만 동의하는 매우 부족한 법안이었다"고 비판했다.
온건파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반발에 가세했다. 톰 코튼 상원의원은 "민주당은 14개월에 걸쳐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오바마케어를 만들었는데, 지금 백악관은 18일 만에 이를 해결하려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함을 꼬집었다.
공화당 내부 분열로 트럼프 정책의 불협화음이 표출되자 미국 경제에 '트럼프 슬럼프' 악재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반이민 행정명령과 트럼프케어에 이어 '트럼프노믹스'의 큰 줄기인 감세정책 마저 제동에 걸리면 주식, 채권, 외환시장에 연쇄적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주부터 이상 징후는 있었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불거지면서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다우지수가 238포인트나 급락했다. 정책 추진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 최대 10% 증시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월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감세,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규제 완화 등 트럼프노믹스 3종세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숨가쁜 상승세를 거듭했던 뉴욕증시의 열기가 급격히 식을 수 있다는 경계감이다. 이는 경제심리 위축을 초래해 기업과 개인의 투자·소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또한 트럼프 슬럼프는 채권과 달러가치의 급변동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 주식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로 몰리면 채권값이 단기간에 상승하기 쉽다. 채권값 상승은 채권금리 하락을 뜻한다. 미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지속 인상을 감안해 국채금리 상승에 속속 베팅했던 월가 투자자들은 큰 역풍에 시달릴 수 있다. 이미 손실로 몸서리치는 헤지펀드가 나오기 시작했다.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 여파로 미국 입국이 까다로워지면서 내년 말까지 미국 관광수입이 108억달러(약 12조원), 관광객 수는 630만명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 폐지 추진을 뒤로 하고 앞으로 세제개혁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또한 공화당 내 의견이 분분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스콧 프루이트 환경보호청장은 오바마 정부 때 만들어진 환경규제를 대거 폐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이 28일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환경규제 폐지와 화력발전 독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오바마 레거시' 지우기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공약이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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