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맥을 짚어내는 한의학 로봇 연구 한창
입력 2017-03-27 15:05 
맥진기 실험을 하고 있는 한의학연구원 실험실의 모습 <사진=원호섭 기자>

대전에 위치한 한의학연구원의 한 실험실에 들어섰을 때 사람 팔 모양의 로봇이 기계음을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각종 모터와 전선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실험실의 한 가운데에는 '맥'을 짚기 위한 로봇 연구가 한창이었다.
김영민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손목에 있는 요골 동맥을 로봇 센서가 미끄러지지 않고 정확하게 찾아낸 뒤 혈관을 수직으로 눌러 맥을 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고분해능 맥센서, 정밀 혈관 가압용 제어 기술 등 다양한 로봇 기술이 적용됐다.
김재욱 한의학연구원 한의기반연구부장은 "한의약 진단이나 치료 기술의 과학적 원리를 규명하고 융합연구를 통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맥진기를 비롯해 설진기, 안면진단기, 피부진단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이나 혀의 상태를 살피는 것은 지금까지 한의사의 주관적인 견해가 작용했다. 맥진기와 설진기 개발은 이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의도다.

김재욱 부장은 "한방 의료기기가 갖고 있는 시장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독창성을 갖고 있는 것은 바로 한방분야"라며 "집에서 손쉽게 맥을 확인하거나 혀의 변화를 관찰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면 국민 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MRI, 초음파 같은 시장에 우리가 뛰어든다고 해서 '빅 컴퍼니'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없다"며 "고령화 시대에 시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되는 만큼 양방과 한방의 공동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대전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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