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중국 선양과 상해에 위치한 롯데마트 매장 4곳에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소방법 위반에 따른 '1개월 영업정지' 통보였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한국기업 롯데를 향한 '정밀타격'형 보복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3주 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중국 롯데마트 매장이 67곳으로 늘어나며 우후죽순 셔터를 내렸고, 격렬해지는 매장 앞 시위 등으로 10여곳 이상이 자체적으로 휴점을 결정했다. 중국 내 매장의 90%가 사실상 문을 닫았다.
# 중국 롯데마트 4곳이 영업정지를 당한 날 광주에서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촛불집회 참석자 중 일부는 오후 8시경 롯데백화점 광주점까지 가두행진을 했다. 이들은 롯데백화점 정문 앞에서 "롯데는 사드 부지 제공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사드 배치 부지 제공 즉각 중단'이라는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정치권에서는 롯데의 배임과 뇌물제공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롯데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후폭풍으로 중국과 한국에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어디서도 우군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우선 사드 배치에 민감한 중국 당국이 롯데를 십자가에 올려놓고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중국의 보복 행보 중 상당부분이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시설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에서 9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마트는 대부분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한달간 문을 닫는다고 가정하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영업정지 1달까지는 직원들의 임금을 100%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중국 롯데마트 사업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중국발 '롯데 때리기'는 최근 다른 계열사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롯데제과와 미국의 유명 초콜릿 회사 허쉬가 합작해 세운 중국 내 초콜릿 공장이 생산중단 명령을 받았다. 미국과의 합작사까지 '롯데'라는 간판 탓에 중국에서 보복을 당한 것이다. 롯데 식품 계열사들이 만든 제품들이 다른 대형 유통매장 진열대에서 철수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또 선양에 건설 중인 중국판 롯데월드 사업 공사도 잠정 중단된 상태다. 3조원이 투자된 대규모 사업인만큼 사업이 지체되면 롯데에게 큰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을 통해 롯데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시위를 벌이거나 SNS에 관련 내용의 글들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방식이다. 롯데 관련 사이트들에 대한 중국 해커들의 무차별적인 공격도 진행되고 있다.
롯데를 직접 타깃으로 한 조치는 아니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시킨 것도 롯데를 압박하고 있다. 롯데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관광·면세사업이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하기 전 반드시 검색하는 키워드 중 하나일 정도로 그동안 유커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롯데면세점 로고가 찍히 쇼핑백은 가짜상품이 많은 중국에서 진품을 의미하는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은 최근 매장에 롯데 로고를 지운 쇼핑백을 마련했다. 또 유커들이 자주 찾는 면세점과 백화점 등에 "당신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라는 중국어로 된 홍보물을 게시했다. 롯데의 고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처럼 중국의 보복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고 국내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영웅 대접을 받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전방위적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여전히 검찰 수사 선상에 롯데그룹이 올라가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신동빈 롯데글부 회장은 2년 사이 9개월 가까이 출국금지 상태다.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방문할 기회조차 차단당한 것이다.
신 회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월 중국 방문이 허용됐더라면 이런 긴장을 풀 수 있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해 롯데의 억울함보다는 정치적 이슈로서의 이용가치를 더 중시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의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롯데의 성주CC와 군이 소유한 경기 남양주 토지를 맞바꾸는 방식은 현금으로 골프장을 매입할 경우 국회의 예산 심의 의결 절차에 따른 통제를 피하려는 꼼수"라고 꼬집으며 롯데의 배임과 뇌물제공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처람 사면초가에 빠진 롯데그룹은 정부에 공식적인 SOS 요청을 했지만 모든 사태의 윈인을 제공한 정부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안보 정책에 협력한 롯데가 중국과 국내에서 샌드백 신세가 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은 정말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며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나중에 어떤 기업이 정부를 믿고 선뜻 정책에 협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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