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진영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북 정책과 공약이 포함되는 것은 분단국가가 어쩔 수 없이 갖는 정치구조적 특징이다.
매일경제와 한반도선진화재단이 대선 후보들의 외교안보 정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정당별 주자들의 편차가 뚜렷이 드러났다.
지금은 당내 경선을 치르면서 '아군'끼리 내전을 치르고 있지만 각 당 대선후보가 결정되고 본선이 시작되면 '한·미 동맹'과 '대북 정책'이 표심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유력 후보 3인(문재인·안희정·이재명)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전시작전통제권 조기환수'를 주장하며 한·미 동맹보다는 국방정책의 독립성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자유한국당 후보 3인(홍준표·이인제·김관용)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전작권 환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정의당은 '반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찬성' 입장으로 갈리면서 전선이 명확히 구분됐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전시작전통제권은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이 가지고 있다. 전작권 환수는 참여정부 시절 이슈화되면서 2006년 9월 당시 정부는 미국과 합의를 통해 2012년에 전작권을 돌려받기로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때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하면서 2015년으로 연기됐고, 박근혜 정부때 2020년대 중반으로 재차 연기한 상태다.
한·미 동맹과 자주국방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전작권 환수 문제에 대해 지지율 1위인 문재인 후보 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기를 거절했다. 하지만 과거 그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가급적 일찍 전작권을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에세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지금 (우리 군이) 왜 그렇게 왜곡된 구조가 돼 있냐면, 우리 군이 독립적이지 못하고 미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전시작전권을 우리가 갖는 자주국방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 합동토론회에선 "가급적 일찍 환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안희정 후보는 26일 '국방개혁 5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 임기내 전환'을 명문화했다. 이날 안 후보는 "우리 스스로 강해지지 못하면 국제관계 및 남북관계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합참 중심의 단일 지휘체계를 구축해 '싸우는 군대'로 조직을 전환해 한국군의 독자적 작전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임기 중 전작권 환수를 추진할 의사가 있느냐'는 설문에 대해 "없다"고 답해 한·미 동맹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입장을 보였다. 안 후보는 이와 관련 "2020년 중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조건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해 안보 위협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 한 무리하게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답변에서 '유보' 입장을 피력했지만 보충 설명에서 "현재와 같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고 사드배치를 둘러싼 국론분열 상황에서는 전작권을 환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은 "무리한 전작권 환수는 논리적으로 한·미 연합사 폐지와 유엔사령부 작동 불가로 이어지게 된다"며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 전작권 조기환수를 주장하는 후보들은 안보 현실을 모르고 있거나 표를 얻기 위해 자존심만 내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주요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 핵무장'을 주장했다. 그는 26일 기자회견에서도 "1991년 11월 한반도에서 철수한 전술핵무기를 미국과 협의해 재배치하겠다"며 "신정부 출범 직후 미국과 협상을 바로 시작해 한미 간 핵무기 공유 협정을 통해 전술핵무기 재배치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현재 적용 중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 공유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대북관에서는 민주당과 한국당 주자들의 입장이 극명히 갈렸으나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후보 별로 입장이 엇갈렸다. 답변을 종합하면 안철수·유승민 후보는 한국당 쪽에 더 가깝게 대북 강경론으로 분류됐다. 반면 남경필·손학규 후보는 민주당에 가까운 대북 온건론에 힘을 실었다. 안철수 유승민 후보의 당내 경선 승리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햇볕정책 계승을 놓고도 '문(文) 대 비문(非文)' 구도가 짜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문 후보는 본지 설문에 답하지 않았지만 "당선 후 (미국 보다) 북한에 먼저 갈 수 있다"는 발언으로 미뤄볼 때 정상회담 선제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풍선 등을 활용한 대북전단 살포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홍준표, 이인제, 김관용 등 한국당 후보들만 명확한 찬성 의사를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전향적 태도 없이는 유지해야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와 국민 안전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잘 고려해야 한다"며 유보 입장을 보였다. 나머지는 모두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손용우 선진통일건국연합 사무총장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실제 정권을 잡으면 대북제재라는 국제규범 속에서 대북 온건책을 펴기가 쉽지 않다"며 "중도·보수를 안고가려는 안희정 후보마저 햇볕정책을 계승하려는 것은 호남 민심을 얻고 민주당 적자임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기획취재팀 = 신헌철 차장 / 강계만 기자 / 임성현 기자 / 전범주 기자 / 안병준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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