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3일 세월호의 밤샘 사투 "천일의 눈물 또 흘릴 순 없다"
입력 2017-03-24 15:02 

24일 오전 6시45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세월호 인양 작업 현장. 안전모와 작업복 차림 현장 요원들이 세월호 선체에 올라타 바쁘게 무전을 치면서 분주히 움직했다. 전날 장장 13시간 동안 세월호의 인양작업을 지연시켰던 세월호 좌측 선미 램프 연결부 4개를 모두 절단 완료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현장 작업을 총 지휘하던 이철조 세월호 인양추진단장의 입에서도 그제서야 '휴우'하는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램프 절단 작업 시작 꼬박 11시간 만이었다. 이로부터 약 4시간 후인 오전11시10분 세월호를 목표치인 수면위 13m까지 끌어올리는 작업이 드디어 완료됐다.
인근 어업지도선에서 수습현장을 애타게 지켜보는 미수습자 가족 중에는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 씨도 있었다. 유씨는 "지난 3월23일이 결혼기념일이었다"며 "남편이 결혼기념일날 돌아온 것만 같아서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유씨는 "어제밤 늦은 시간에 배에 이상이 생겼다고 해 밤새 절망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며 "이제서야 한숨 돌렸지만 끝까지 작업이 잘 마무리돼 남편을 비롯해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목표인 높이 13미터 고지를 코앞에 둔 8.5m 인양상황에서 램프잠금 장치가 열린 채 램프가 배 아래쪽으로 축 쳐진 상태로 발견된 것은 지난 23일 오후 6시. 세월호 위에서 부양작업을 진행중이던 중국인 작업자들이 '덜컥'하는 진동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상태론 세월호를 목포항까지 예인할 반잠수정에 실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시간 뒤인 오후 7시경. 해양수산부 출입기자들에게도 카카오톡 등으로 '긴급공지' 문자가 전달됐다. "수면 위 8.5m까지 올라오던 중 세월호와 바지선간 간섭에 따른 지장물(난간, 케이블 등) 제거 작업중"이라는 내용이었다.
1.6km 밖 어업지도선에 승선해 초초하게 작업과정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던 미수습자 가족들 입에서 "아이고 이제 어째"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불과 한시간 전까지만 해도 자정전에는 반잠수정에 옮겨싣기 위해 필요한 수면 위 13m 높이까지 무난한 부상이 예상되던 터였기 때문이다.
침몰현장에서 1~1.2㎞ 떨어진 작업지원선 '선첸하오'(深潛號)에서도 술렁임이 동시에 일어났다. 상황실에서 인양현장과 쉴 틈 없이 주고받는 무전이 분주한 상황을 짐작케 했다. 밤 8시 해수부는 잠수부에게 투입지시를 했다. 잠수부들손에는 직류용접기와 산소를 이용해 아크로 쇠를 절단하는 절단기가 쥐어 있었다. 야간 수중절단 작업은 웬만한 상황이 아니면 감행하기 어려운 고난이도 작업으로 수중조명을 사용하더라도 사고 위험이 존재한다. 3년 전 수면 아래로 세월호를 삼킨 맹골수도는 '아귀' 마냥 순순히 세월호를 내놓으려 하지 않았던 셈이다.
해수부와 작업자인 상하이샐비지 측도 물러날 곳이 더 없었다. 다음날인 24일 자정부터 물이 차오르는 중조기로 접어들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내에 장애물을 제거하지 못하면 무기한 작업이 지연될 수 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잠수부들은 20~30분 단위로 수면 위 아래를 분주히 오갔다. 오전 1시경 장애발생 부분인 램프 연결부 2개를 제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새벽녘엔 세월호 주변에서 '쿵'하는 소리가 났다는 얘기가 한대 돌아 초긴장상태가 일기도 했다. 어업지도선과 팽목항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밤새 TV를 지켜보며 "제발 사고없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날이 밝아 13m 높이까지 1단계 인양이 완료된 세월호는 전날 보다 훨씬 많은 모습을 드러냈고 선체 곳곳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처참한 모습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인양준비과정에서 물과 기름을 빼거나, 장비 설치를 위해 뚫은 구멍까지 합치면 세월호 선체에 뚫린 구멍은 모두 140여 개나 된다. 선체 구멍과 램프절단 부위에서 기름이 흘러나와 인양 현장에서 1km가량 떨어진 미역 양식장에 검은 기름띠가 떠오른 것도 목격됐다.
상하이샐비지 측은 "전날까지는 기름 유출이 많지 않았다"며 "다만 24일 새벽 선미램프를 자르고 난 뒤부터 집중적으로 기름이 새나갔다"고 밝혔다. 작업을 맡은 상하이샐비지 측 윤종문 오션씨앤아이 대표는 동거차도 마을주민들을 직접 찾아 사과했다. 동거차도 어민들은 섬을 둘러싼 모양으로 70ha 규모의 미역양식장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윤 대표는 "지난해 선체에 있는 잔존유는 제거했으나 선체에 실려있는 자동차와 잔존물에 있던 기름은 제거하지 못했었다"며 "기름을 세밀하게 제거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공동취재단 진도 = 연규욱 기자 / 세종 = 이승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