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韓·中 양국 기업 제품 개발단계부터 협력해야"
입력 2017-03-24 14:06 

한국과 중국 기업 간 산업협력을 산업 내 분업에서 기업 간 분업구조로 심층화시키는 등 한중 협력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중국자본시장연구회가 주최한 '2017년 중국자본시장 특별세미나'에서 '한중 산업 간 경쟁과 협력, 기회'를 주제로 발표한 이문형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기존의 대중 경제협력은 중국 현지의 우리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해왔다"며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내수용 부품소재와 소비재를 팔 수 있는 협력 구축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조립기업과 한국 부품소재기업, 한국 제조업과 중국 유통·금융 등 서비스업 간 제도적 협력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입은 2013년을 정점으로 3년 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유럽발 재정위기와 자원 가격 하락 이후 중국의 수출입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한국의 대중국 교역도 동반하락했다는 얘기다. 수출입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제조업이 급성장하면서 '세계의 공장' 지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2015년 중국 제조업이 세계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달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부품과 소재를 수입해 조립하는 구조로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10년 유럽발 재정위기를 계기로 내수주도형 경제로 전환 중이다. 수출이 둔화되면서 상당수 제조업들은 공급과잉에 직면했고 이윤율도 하락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산업정책 방향에서 공급측의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제조대국에서 세계 최고의 제조 강국으로 변신을 노리고 있다. 2025년까지 IT와 제조업을 융합해 중국의 제조업 수준을 독일,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대중국 시장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면서 구조조정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중국은 조립엔 능하지만 부품소재와 설비는 대외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한중 간 산업협력을 산업 내 분업에서 기업 간 분업구조로 심층화시켜야한다"며 "제품 개발단계부터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중 기업 간 전략적 제휴도 적극 모색해야한다"며 "LCD 산업에서 지분 제휴로 상호 간 안정적 수급을 보장한 한국 패널업체(LG, 삼성 등)와 중국 TV업체(스카이워쓰, TCL)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중국업체가 한국에 선투자하고 한국 업체가 중국에 재투자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한국의 기술과 중국의 시장을 맞교환하는 거래"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능형 로봇, 바이오, 신에너지, 친환경, 융복합 소재, IT 등은 양국 공통 관심분야로 양국 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산업과 지식서비스산업에서의 협력 기반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사드 배치를 핑계로 중국이 집중 공격하면서 뿌리가 흔들리고 있지만 양국 간 협력 저변을 유지하려면 문화산업과 지식서비스산업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한중 간 지역·업종·분야 별 전문가들의 정보와 노하우를 DB화하고 통합해 필요한 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화하는게 중요하다"며 "산업·분야별 전문용어에 대한 무료사이트 운용 등이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중국자본시장연구회는 지난 2009년 8월 금융투자협회 지원으로 업계·연구계 중국전문가 연구모임으로 발족했고, 지난해 8월 사단법인으로 전환한 단체다. 매월 조찬세미나와 오픈세미나는 물론 연구책자 발간 등을 통해 중국자본시장연구를 선도해왔다. 세미나에서 정유신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은 "트럼프시대를 맞아 미중, 한미, 한중관계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중관계와 중국의 자본시장, 특히 사드로 인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주요 산업에 대한 분석과 한중 투자협력가능성 등을 검토한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내각청문회, 중국의 시진핑주석 임기 2기가 시작되는 올 가을을 기점으로 불확실성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동안 새로운 시대에서의 한중협력방안과 비즈니스 기회 탐색노력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세미나 축사에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중국이 핀테크발 신금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중국투자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국내 금융회사의 진출과 금융투자를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옥석을 가릴수 있는 리서치 역량이 뒷받침되도록 중국자본시장연구회가 금융·산업부문 싱크탱크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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