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수기·세제도 판매…`투잡` 뛰는 2금융
입력 2017-03-23 17:37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금융사들이 이색 사업에 대거 도전하고 있다. 음식물처리기, 홈스파, 디지털 피아노 등을 대여해주는 렌탈사업뿐만 아니라 자체 브랜드(PB)를 달고 상품 판매에 나서는 등 전통적인 금융업을 벗어난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새로운 수익 창출 목적도 있지만 금융당국의 본격적인 대출 옥죄기로 대출채널이 좁아지면서 남아도는 여유 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웰컴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둔 웰컴금융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생활가전 전문 대여 업체 웰릭스렌탈 사업을 개시했다. 기존 렌탈업체들이 취급해 온 공기청정기, 정수기, 비데, 인덕션뿐만 아니라 음식물처리기와 홈스파, 디지털 피아노, 안마의자 등이 주요 대여 품목이다. 온라인 웹사이트는 물론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40여 개 오프라인 영업 조직망까지 갖췄다. 웰컴금융그룹 관계자는 "새 수익원을 찾기 위해 대여사업에 나서게 됐다"며 "상생을 모토로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다수 렌탈 제품은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발 이식, 스크린골프 기기, 인테리어 등을 대상으로 한 할부금융 시장에도 발을 들여놨다. JT저축은행은 스크린 골프기기, 스프링클러 소방 설비, 태양광 설비 등 내구재 할부금융 상품을 판매한다. 웰컴저축은행은 오토바이, 자동차 튜닝, 치아 교정, 모발 이식 할부금융 서비스를 내놨다. 일부 할부상품은 판매점에서 스마트폰을 QR코드에 갖다 대기만 하면 대출 심사, 금리 산정부터 대출까지 한 번에 이뤄진다.
이 같은 저축은행의 사업 확장은 예수금이 넘치는데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대출을 확 늘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주력 상품이었던 연금리 20% 이상의 고위험대출에 기존 충당금 대비 50%의 추가 충당금을 물리는 당국 규제에 대해 저축은행은 "이건 아예 대출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저금리 기조 속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예·적금 상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예수금이 쏠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저축은행업계 예·적금 잔액이 45조630억원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수집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카드사들도 적극적으로 새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월세 등 부동산 임대료 납부시장이다. 그간 부동산 임대료는 현금으로 내는 게 관례였지만 카드 결제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최근 신한·우리·하나카드 등 국내 주요 카드사는 주택 임대료 자동이체 서비스를 잇달아 시작했다. 신한·우리카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주택의 임대료 자동이체 서비스를 개시했다. 카드 납부 시 별도 수수료 부담이 없고 포인트와 마일리지도 적립돼 호평을 받고 있다. 하나카드는 부동산 O2O 플랫폼 '다방'과 제휴해 월세 카드납부가 가능한 '다방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임차인이 다방페이 앱에 월세 자동납부 카드를 등록하면 매월 납입일에 카드로 월세가 결제되는 방식이다.
신용결제 등 고유 업무 영역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분야인 유통업종에 도전한 카드사들도 있다. 우리카드는 생활 밀착형 온라인 오픈마켓 '위비마켓'을 운영 중이다. 대다수 금융사가 자사 카드와 포인트로만 결제가 가능한 폐쇄형 쇼핑몰을 운용하는 것과 달리 누구나 접속해서 쇼핑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BC카드는 자체 브랜드인 'TORLA(톨라)'를 출시했다. BC카드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군을 선정하고, 중소기업과 함께 PB제품을 생산한다. 현재 타월, 세제 등 생활용품을 주로 판매한다. 삼성카드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스마트폰 렌탈 및 판매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렌탈폰은 일정 기간 사용한 뒤 반납하면 남은 할부금은 면제해주고 새 휴대폰으로 바꿔주는 제도다. 반납한 휴대폰은 중고폰 시장에서 유통된다.
[정지성 기자 /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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