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총 13.5조` 넷마블, 게임 대장株 예약
입력 2017-03-20 17:54  | 수정 2017-03-21 09:10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올 IPO 최대어' 내달 25일 청약
국내 1위 모바일게임 업체인 넷마블게임즈가 오는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 올해 공모주(IPO) 시장 '최대어'가 될 전망이다. 특히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서울 가리봉동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고교 중퇴 학력의 소지자로서 유리장벽을 깨고 개인 지분 가치 2조5000억~3조2545억원의 '흙수저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그의 지분 가치가 3조2545억원이 된다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제치고 상장사 주식부호 순위 6위가 된다.
신작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올해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공모가는 물론 상장 이후 주가 흐름도 양호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공모 희망가를 감안하면 넷마블게임즈의 기업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덕분에 오랜 침체기를 겪어온 공모주 시장도 들썩이는 모습이다.
넷마블게임즈는 20일 오전 금융감독원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번 공모주식은 전체 주식의 19.7% 수준인 1695만3612주(신주 모집)다. 주당 공모희망가로는 12만1000~15만7000원을 제시했다. 넷마블게임즈는 다음달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뒤 같은 달 25~26일에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상장 예정일은 대선 이후인 5월 중순께로 예정돼 있다.
전체 공모금액은 희망가 상단 기준 2조6118억원에 달한다. 상장 여부가 불투명한 호텔롯데를 제외하면 올해 신규 상장이 예정된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심지어 이는 지난해 최대 공모주로 등장해 최근 바이오 대장주 자리를 꿰찬 삼성바이오로직스(2조2496억원)보다도 더 크다. 넷마블게임즈는 이번 공모자금을 인수·합병(M&A)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최근 인수한 미국 게임업체 카밤 밴쿠버 스튜디오의 인수자금 상환에 8970억원을, 추가 투자 및 M&A 등에 1조86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넷마블게임즈의 기업가치는 주가매출액비율(PS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활용해 평가했다. 비교 대상 기업으로는 국내 게입업체 엔씨소프트와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 중국 IT 업체 넷이즈를 선정했다. 이들 세 기업 평균치인 PSR 8.51배와 PBR 7.84배를 적용해 추산한 가격에 20~39%의 할인율을 매겨 공모희망가를 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넷마블게임즈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연내 실적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한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두 배가량인 2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세 배 수준인 9000억원, 6068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상장 이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20위권에 진입할 전망이다. 공모희망가 범위 안에서 공모가가 결정되면 시가총액은 무려 13조5128억원(희망가 상단 기준)에 달하게 된다. 이는 현재 시가총액 순위 20위인 KT&G(13조2899억원·20일 종가 기준)를 넘어서는 수치다. 게임 개발업체가 시가총액 상위 20위권에 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외 상장 주간사들도 이번 상장을 통해 '잭팟'을 터트릴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넷마블게임즈의 모태는 2000년 방준혁 의장이 자본금 1억원을 들여 설립한 게임업체 넷마블이다. 넷마블은 PC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도중 2004년 CJ그룹에 인수됐다. 이후 사명도 CJ인터넷으로 바뀌었다. 방 의장은 2006년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는데, 이후 회사는 '서든어택'의 서비스권을 넥슨에 빼앗기는 등 존망의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2011년 회사로 복귀한 방 의장은 넷마블을 급격히 '모바일 중심의 게임회사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애니팡' 등의 모바일게임이 시장을 평정하기 약 2년 전이었다. 재빠른 경영판단 덕분에 넷마블은 '모두의 마블'(2013년), '레이븐'(2015년) 등의 모바일 게임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 성공은 후일 '리니지2 레볼루션'과 같은 대작 게임을 탄생시킬 수 있는 자본력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줬다. 먼저 트렌드를 읽었고, 타이밍을 재빠르게 잡은 다음 다른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대규모 개발자금을 투입시켜 진입장벽을 치는 사업 전력이 있었던 셈이다.
방 의장의 차기 행보는 '글로벌'에 맞춰져 있다. 국내 게임회사로서 북미, 중국, 일본 등에 진출해 전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구상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해외 게임회사들이 성장하는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을 점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들을 혹사시키는 경향 때문에 '구로의 등대'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는 점은 넷마블에 가해지는 비판이다. 이 때문에 넷마블 경영진은 지난달 야근, 주말근무, 퇴근 후 업무지시 등을 금지하는 업무환경 개선안을 발표했다.
[신현규 기자 / 송광섭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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