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장애 위기 아이들에게 정상인 삶 선물하는 `천사 교수님 이동환`
입력 2017-03-20 15:59 
30여년 전 한국에서 유전성 대사 질환 및 유전성 난치병 분야에 대한 연구를 개척한 이동환 순천향대 소아청소년과 명예교수. 그는 21일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을 맞아 환우와 가족들에게 힘들더라고 희망을 버리지 말고 함께 최선을 다하자는 응원의 말을 전했다.

3월21일은 UN이 정한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이다. 다운증후군은 원래 2개가 있어야 할 21번체 상염색체가 3개가 되면서 이상이 생기는 증상이다. 다운증후군의 날을 3월 21일로 정한 배경이다.
다운증후군을 비롯해 유전성 난치성 질환은 불과 30 여년 전만 해도 병명도 제대로 모른 채 살아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난치성 질환에 대한 연구와 치료가 턱없이 부족하던 시절 이 분야를 개척한 의사가 있다. 바로 이동환 순천향대 소아청소년과 명예교수(대한의학유전학회 회장·대한신생아스크리닝학회 회장)다.
"1983년 일본으로 소아 유전성 대사질환 연수를 간 것이 계기가 돼 유전성 대사질환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신생아 스크리닝 검사를 통해 이른바 '저능아'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도입이 절실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교수는 귀국 후 정부를 설득해 1997년부터 신생아 스크리닝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진행했다. 다음 달 6일엔 도입 20주년 기념행사도 열린다.
지금은 모든 병원에서 신생아들이 태어나자마자 6가지 항목에 대해 무료로 진행되는 신생아 스크리닝 검사는 매년 '저능아'로 살 뻔 했던 120 여명의 아이들을 정상아로 살게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신생아 스크리닝으로 검사하는 항목은 페닐케톤뇨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 총 6개 분야입니다. 특히 이 두 가지는 신생아 때 조기 발견만 하면 완벽히 정상아로 성장할 수 있는 유전성 대사 질환이죠. 특수 분유 등 치료법이 나와있기 때문입니다. 이 검사는 국가 무료 사업으로 도입되면서 사회적 효과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신생아 스크리닝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정착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5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 뿐 아니라 다운증후군 등 유전성 난치병 질환을 가진 환우와 가족들을 지원하는 사업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웅진재단과 함께 난치성 질환에 대한 의학 정보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매년 3권씩 의학 만화책을 낸 게 벌써 21권에 이른다. 또한 매년 한 번씩 희귀난치성 질환 가족들을 위한 1박 2일 캠프에 참여해 무료 상담을 진행하고 선천성 대사 이상 환아를 위한 자동식단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금까지 10만명 이상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동환 교수는 향후 신생아 스크리닝 사업을 북한에도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도 전했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북한과 라오스, 네팔에서만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평양과 개성의 산후원에서는 매달 1000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는데, 북한에 신생아 스크리닝 진단 기구 등 물품을 지원해 인도적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경직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물꼬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 교수는 이와 더불어 지금 6개 항목에 한해서만 무료로 지원되는 신생아 스크리닝 목록도 점차 확대되길 바란다는 바람도 전했다.
"현재 43가지 대사 질환 항목에 대해 본인 부담(약 10만원)으로 검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생아의 75% 정도만 검사를 받고 있는데 앞으론 이 부분까지도 국가 지원이 확대 됐으면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 전체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희귀난치성 질환은 어렵지만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완치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게 그의 기대다.
환우와 가족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함께 최선을 다합시다."
[이윤재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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