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의 한 부대가 소속 간부들 휴대전화 배경화면을 군이 제공한 특정 이미지로 바꿀 것을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본부는 이달 초 각급 부대에 '1/4분기 선제적 기획 예방활동 점검표'라는 공문을 보냈다.
점검표는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한 세부 점검 항목으로 '스마트폰 배경화면 변경'을 포함했다.
이에 경기도 포천의 한 부대는 최근 모든 소속 간부에게 휴대전화의 바탕화면을 음주 방지 캠페인과 관련한 이미지로 설정할 것을 지시했다.
이미지에는 군복을 입은 사람이 음주 운전 사고를 내거나 술에 취해 상관을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 등을 묘사했으며 10여장에 달하는 이 이미지들은 모두 육군 차원에서 제작·배포됐다.
해당 부대는 간부들에게 배경화면 변경 여부를 확인·점검할 것이라고 공지하면서 "앞으로 별도 통제가 있을 때까지 스마트폰 홈 화면은 음주 관련으로 설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배경화면 변경이 음주 사고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 보기 어려운데다가 이에 강제성까지 부여한 것은 군대 특유의 전시행정과 인권의식 부재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즉각적인 지시 철회가 없을 경우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해당 부대는 지난2015년에도 보안 지침 준수와 관련된 바탕화면 이미지를 간부들에게 강요했다가 인권 침해 논란이 일자 이를 철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인권센터 자체 조사 결과 육본의 이번 공문 하달 이후 다른 부대에서는 휴대전화 화면 변경을 권장할 뿐 강제사항으로 두지 않았고 이 부대만 간부들의 화면 변경 여부를 확인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디지털뉴스국 길나영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