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세먼지 날로 심해지는데…정부 핵심대책 여름에야 결정
입력 2017-03-19 16:46  | 수정 2017-03-20 17:08

지난 12일에 이어 19일에도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면서 '주말 불청객'인 미세먼지가 2주연속 국민건강을 위협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종합대책 가운데 핵심 내용들은 올해 '장미대선' 이후에야 결정되는 것들이 많아 올 봄 미세먼지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의 초미세먼지는 중국발 스모그 영향이 컸다.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 기간 가동을 중단했던 중국 공장들이 다시 가동을 시작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앞으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영향으로 백령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아주 높은데 다행히 서쪽에서 오는 편서풍이 덜 불어 아직 한반도 내륙쪽으로 스모그가 본격적으로 넘어오지 않고 정체된 상태"라며 "4월까지는 중국 난방·황사 등 영향이 국내 배출가스와 더해져 미세먼지 고농도 상황이 더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작년에 발표한 정부 미세먼지 대책이 올 여름께부터 차례로 윤곽을 드러내기 때문에 올 봄은 짙어지는 미세먼지에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석탄발전·가스발전 가동률 조정 등의 내용을 포함한 '8차 전력산업기본계획'은 현재 분과회의가 진행중이지만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하반기 중'으로 일정을 잡았을 뿐 여러 대안 중 어느 대안이 선택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존 가스발전은 원가가 높다는 이유로 석탄발전보다 훨씬 낮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석탄발전은 가스발전보다 온실가스가 2.2배, 대기오염물질은 10배가 넘게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력발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비중이 39.2%, 초미세먼지 비중이 15~17% 정도에 달하는데 친환경발전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가스 발전 가동률을 높이는 것으로도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상당히 볼 수 있는 셈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부각되면서 정치권에서 특히 '무조건 싼 석탄발전 중심'의 기존 발전소 가동계획에 비판적인 태도를 줄곧 보여왔기 때문에 5월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경제성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친환경쪽으로 강하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올 봄은 넘겨야 최종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이 문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권고했던 경유세 인상 등 방안을 검토하는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용역은 작년 7월 착수 이후 조세재정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에 의해 진행중이다. 오는 5월까지 초안을 마련해 6월 공청회를 개최한 이후에 조정안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경유는 휘발유와 원가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화물차 등 영세 사업자들을 위해 세금을 싸게 책정해뒀지만 경유 승용차 개발 이후 승용차 소비자들이 경유차로 몰리고 초미세먼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기존의 에너지 구조를 개편해야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자동차에 이어 초미세먼지 배출원으로 지목받는 선박 대기오염물질 저감방안도 오는 7월에야 대책이 마련된다.
결국 국내 주요 미세먼지 원인인 자동차와 발전소, 공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줄일 대책이 미뤄지고 중국발 미세먼지는 계속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올 봄 미세먼지는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나마 단기대책으로 가능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공공기관 차량2부제 시행'등 방안을 내놓았지만 1년에 평균 1회 발령될 만한 엄격한 조건을 달아둬 실질 저감효과가 높지 않을 전망이다. 더군다나 19일처럼 주말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상황에서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시행하는 것이 별 효과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부는 추가적 조치로 지난 17일 건설현장을 시작으로 이번주부터 미세먼지 원인이 되는 3대 집중단속현장(불법 연료 많이 쓰는 사업장, 건설공사장, 영농폐기물 등 불법소각장) 점검을 개시하고 이와 별개로 도로변 물청소, 흡입청소 등도 강화할 방침이다.
중국과는 다음달 24~26일 3일간 수원에서 개최되는 제19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양해각서(MOU)를 맺고 한국과 중국의 과학원장들이 공동조사, 원인규명, 대책강구 등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협력한다는 복안이다.
[이승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