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위치한 롯데마트 매장 5곳 중 4곳 꼴로 문을 닫는 등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롯데그룹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한-중간 사드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롯데가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중국 사업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99곳의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 중 80곳이 셔터를 내리고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소방점검 등으로 영업정지를 당한 곳이 63곳에 달하고 매장 앞 시위 등으로 직원과 고객 안전 등에 문제가 있어 공안과 협의해 자체적으로 문을 닫은 점포가 17곳으로 집계됐다"며 "영업을 하지 못하는 점포가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80%에 달하는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80개 점포가 한달간 문을 닫는다고 가정하면 롯데마트의 매출 손실 규모는 약 7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영업정지 한 달까지는 중국인 직원들에게 기존 임금의 100%를 지급해야 한다. 매출은 급격히 감소하는데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계속 지출되기 때문에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초창기 유통 부문으로 한정됐던 중국 당국의 '롯데 때리기'는 전선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선양에 건설중인 중국판 롯데월드 사업 공사가 잠정 중단됐으며 미국 허쉬와 롯데제과가 합작해 세운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 초콜릿 공장도 생산중단 명령을 받았다.
1994년 중국에 진출한 롯데그룹은 지난해 중국 사업에서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는 등 매년 큰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미래 성장성을 보고 그동안 중국에 10조원을 투자해왔다. 하지만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의 집요한 보복으로 중국 사업 전면 철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중국의 '롯데 때리기'가 중국에도 큰 손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고용 문제가 대두된다. 롯데그룹은 중국 전체에서 2만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한 개 점포당 150명 안팎의 중국인을 채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법인장까지 현지인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중국 사업을 완전히 접게되면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5만개 이상의 중국인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에 대한 보복이 소탐대실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가 자유무역을 주창하면서도 특정 기업 죽이기에 나서고 있는 지금의 행태는 중국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성에 먹칠을 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그동안 중국에서 수천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거액을 투자하고 현지 고용에도 힘을 써왔다"며 "이런 롯데가 사드 보복으로 중국을 떠나면 다른 어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손일선 기자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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