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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보통사람`, 암울했던 87년·2017년을 돌아보게 하다
입력 2017-03-19 11:13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은 1987년, 민주주의 사회 같은데 또 그렇지만도 않은 가까운 과거의 한국이 배경이다. 보통사람 같지만 또 보통사람 같지 않은 형사 성진(손현주)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자행되던 상식 밖의 이야기에 발을 담그게 되는 것. 바로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 조작에 가담한다.
성진은 자신이 검거한 용의자를 대한민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으로 몰고 가려하는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의 계획에 동참한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일, 성진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실 성진은 '보통' 이상을 원했던 사람이었다. 말 못하는 아내와 다리가 아픈 아들이 떳떳하게 살길 바라는 아빠는 이 기회가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잡았으나 돌아오는 건 무자비한 악행의 연속이다. 막역한 기자 재진(김상호)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말려보지만 성진은 나중에야 정신을 차린다.

'보통사람'은 1970년대 한국에서 처음 발생했던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모티프로 해 시나리오를 구축했으나, 회의를 거쳐 민주화 격동기였던 1980년대로 시대적 배경을 바꾸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직선제 거부, 4.13 호헌조치를 발표해 국민의 분노를 샀던 때가 중심이 됐다. 손현주가 전하는 부성애가 기본 코드이긴 하지만 시대적 아픔도 꽤 많이 담긴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사람'은 권력의 부당함에 항거하다 목숨을 잃은 이들을 생각하게 한다. 과하다 싶은 지점이 없지 않으나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과거에는 이랬다는 걸 전해주는 데는 일부분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올드하게 풀어야 내는 걸 싫어하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세련돼 보이는 연출도 아니라 기시감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30년 전 우리는 민주주의를 요구했는데 현재의 우리는 어떤 이의 국정농단에 속았다. 최고 지도자도 그 일의 공범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과거보다는 나아져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러 생각을 들게 하는데 그 부분이 영화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스릴러에서 많은 활약을 했으나 본래 소시민적 캐릭터로 더 사랑을 받았던 배우 손현주가 이 안타까운 사연 속의 주인공을 열연했다. 그는 강약 조절을 하며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어찌 보면 위로 올라가고 싶은 그 욕망 가득한 인물은 우리의 모습 그대로다. 욕하고 싶은 부분도 있지만 욕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그와 대척점에 있는 장혁이 분노를 돋운다. 이미 '더 킹'의 정우성 등이 관객을 분노하게 했으나 장혁이 내뿜는 또 다른 악한의 모습이 흥미롭다. 친절한 듯한데 조용조용하게 일을 지시하는 장혁은 살벌하다. 그의 첫 등장 장면, 대마초 흡입 혐의를 받는 여자 연예인에게 주먹을 날리는 것부터도 심상치 않다. 규남은 본인의 자리에서 할 일을 했다며 반박할 수 있으나 그것 역시 잘못이다. 잘못을 알면서도 잘못을 자행한 이들 때문에 목숨을 잃은 이가 많지 않은가.
그동안 악역으로 주로 나왔던 배우 김상호가 가발까지 쓰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신문기자 역으로, 다양한 역할로 등장했던 조달환이 혹독한 고문을 받는 인물로 연기 열정을 불태운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출연했던 배우 지승현도 중요한 역할로 쓰였다. 121분. 15세 이상 관람가. 23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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