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한반도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한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강경 발언으로 구체화한 미국의 새로운 대북한 접근법에 주목하며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에 일제히 우려를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 대화 거부 방침으로 폐기 위기에 처한 6자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여전히 유효한 협상 틀이라며 관련국들의 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1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 아시아 전략센터 소장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이날 '북핵 대응에서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북한과 중국을 놀라게 하고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심리전의 일환이지 실질적 군사 계획 공표로 보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톨로라야 소장은 "최근 20년간 미국의 대북 정책이 잘못됐고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는 틸러슨의 평가에 동의한다"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권에선 북·미 간에 어떤 대화나 접촉도 없는 정체기가 지속됐지만 이제 미국이 이 같은 정체기에서 벗어나 어딘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오히려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미국의 강경 발언에 북한도 상당히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기 때문에 당장 어떤 긍정적 일이 일어날 순 없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북·미 간에 비밀접촉이 이루어지면서 양측이 대화로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글렙 이바셴초프 전(前) 주한 러시아 대사도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한 관계 개선을 위한 협상의 병행 추진을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은 북한의 한국 공격과 한국의 반격으로 이어져 곧바로 새로운 한국 전쟁 발발을 의미한다"며 "미국은 20년 전에도 이미 군사공격 옵션을 검토했지만 엄청난 인적·물적 손실 가능성 때문에 불가 결론을 내린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6자회담을 여전히 유효한 방안으로 간주하고 있는 만큼 관련국들이 6자회담이나 다른 형식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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