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3월 17일 뉴스초점-통계 '평균의 함정'
입력 2017-03-17 20:15  | 수정 2017-03-17 20:33
우리나라 초중고생들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 25만 원이다', 믿기십니까.

보통 영어나 수학 학원 한 곳만 등록해도 한 달에 20~30만 원은 그냥 훌쩍 넘는데 뭔가 이상하지요. 사교육을 전혀 안 받는, 받지 못하는 아이들까지 통계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사교육비가 0원인 학생까지 모두 더해 평균을 낸 거란 거죠.

또, '가계대출이 줄었다'는 통계도 있었습니다.
믿기십니까.

가계부채가 너무 늘어나자 정부는 은행권의 대출 총량을 규제했습니다. 은행에서 쉽게 돈을 빌리지 못한 서민들…. 결국, 가계대출은 작년 12월 3조 4천억 원에서 올 1월 한 달 사이 1천억 원으로, 3조 3천억 원이 줄었지요.

이렇게만 보면 정말 정부가 잘했고, 가계대출은 줄어든 것 같죠.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서민들은 그 다음 이자가 싼 저축은행으로, 거기서도 거절 받은 서민들은 대부업체로 갈 수밖에 없었거든요.


사실, 은행권에서 3.5~4% 정도의 이자면 받을 수 있는 대출을 6%대의 이자를 내는 저축은행으로, 그 다음엔 최대 27.9%의 이자를 내야하는, 이것도 합법적인 업체일 경우죠. 이런 대부업체로 쫓겨난겁니다.

결국, 통계에 잡히는 대출만 줄었을 뿐 실제 서민들의 대출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비싼 이자로 더 힘들어진거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상 최고라는 청년실업률도 고작 '9.8%' 하지만, 체감실업률은 '34.2%'. 이게 바로 현실입니다.

통계는 '잘했다' 칭찬받기 위해, '이 정도면 나도 평균에 드는구나' 같이 위로받기 위해 내는게 아닙니다. 문제를 발견해 고치기 위한 건데, 우린 이렇게 통계의 장난에 속고 또 그걸 믿고 삽니다.

'세상에는 3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그럴 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영국의 42대 총리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말입니다. 통계는 '거짓말'이라는 건데,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로 어떻게 제대로된 정책을 만들 수 있을까요.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현실입니다. 틀리면 우리의 삶도 나아지기 힘듭니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문제 인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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