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히스토리-1>이탈리아 마세라티
지난해까지 마세라티는 국내에서 낯선 브랜드였다. 같은 이탈리아 출신인 페라리, 람보르기니는 알아도 아직 대다수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했다.
그러나 최근 드라마 역사를 다시 쓴 TV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에서 주인공 공유와 육성재가 마세라티 차를 타고 나오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마세라티가 그 전에 PPL(간접광고) 한 드라마는 많았지만 도깨비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찬란하신' 홍보 효과다.
도깨비뿐 아니라 마세라티는 '신'과 인연이 깊다.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삼지창 브랜드 로고도 '신화'에서 유래했다.
1940년 이전까지 마세라티 공장이 있던 이탈리아 볼로냐의 광장에는 로마의 신 넵투누스가 삼지창을 든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상이 있었다. 넵투누스는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다른 이름으로 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포세이돈이다. 포세이돈이 로마신화에서는 넵투누스가 된 셈이다.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이지만 말, 소와도 인연이 깊다. 말의 수호신으로 부르며 소를 제물로 선물하기도 했다. 말은 페라리, 소는 람보르기니의 상징이다. 국내에서는 FMK가 마세라티와 페라리를 판매한다.
◆레이싱의 전설이 되다
마세라티는 1914년 12월1일 설립된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다. 창업주는 레이싱 드라이버로 명성을 떨친 알피에리 마세라티다. 그를 포함해 6명의 형제들 중 5명이 자동차 엔지니어링, 디자인, 제작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형제들 중 유일하게 자동차 경력이 없는 마리오 마세라티는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마세라티 삼지창 로고를 디자인했다.
마세라티는 1926년 자체 기술로 제작한 티포 26을 선보였다. 티포 26에 삼지창 로고가 처음 사용됐다.
마세라티는 이탈리아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우승, 크레모나 그랑프로 세계 신기록 수립 등으로 레이싱 분야에서 명성을 떨쳤다.
마세라티는 1937년부터 1957년까지 레이싱 분야에서 황금기를 누렸다. 1939년 마세라티 레이싱팀의 윌버 쇼는 8CFT로 인디애나폴리스 500에서 우승했고, 다음해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1950년대에는 판지오, 곤잘레스, 마리몬, 보네토 등 유명 드라이버들이 마세라티에 합류했다. 마세라티의 전설적인 드라이버인 후안 마누엘 판지오가 1953년 이태리 그랑프리 시즌, 1954년 아르헨티나 그랑프리, 1957년 독일 그랑프리에서 우승해 세계 타이틀을 마세라티에 선물했다.
마세라티는 현재 이탈리아에서 드라이빙 스쿨 '마스터 마세라티'를 운영중이다. 또 마세라티 싱글 메이크 경기 'Maserati Trofeo'를 통해 모터스포츠 브랜드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지는 동시에 레이싱을 통해 확보한 첨단 기술을 양산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서킷에서 도로로 무대 옮겨
마세라티는 레이싱 시대 황금기를 누리던 1957년부터 도로용 자동차 생산·판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957년에는 3500GT, 1962년에는 세브링을 각각 출시했다.
1963년에는 마세라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첫 번째 4도어 세단 '콰트로포르테'가 나왔다.
1968년 시트로엥이 당시 마세라티 회장이던 오르시 가문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마세라티는 전환기를 맞았다.
1971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카디자이너인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마세라티의 양산형 미드엔진 모델 보라(Bora)가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였다.
1980년대 마세라티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뛰어난 성능을 갖춘 모델 바이터보를 출시했다. 바이터보는 쿠페, 4도어 세단, 스파이더 타입 등 30종이 넘는 가지치기 모델로 나와 성공을 거둬들였다.
마세라티는 1993년 이탈리아 3대 카디자이너 중 한 명인 마르첼로 간디니가 디자인에 참여해 만든 콰트로포르테를 출시했다. 200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오픈카인 스파이더 모델, 2002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쿠페 모델을 공개했다.
2003년 등장한 콰트로포르테와 2007년 선보인 그란투리스모는 마세라티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마세라티는 2003년 한국에 상륙했다. 하지만 인지도가 높지 않아 '돈 많은 마니아'들을 공략하는 소극적인 판매 정책을 펼치다가 2010년대 이후 본격적인 판매 활동에 들어갔다.
2011년에는 마세라티 모델 중 가장 강력하고 빠른 그란투리스모 MC, 세계 각지에서 57개의 어워즈를 수상한 스포츠 럭셔리 세단인 콰트로포르테 스포츠 GT S가 국내 출시됐다.
2012년에는 4인승 럭셔리 스포츠 카브리올레 모델인 그란카브리오 스포츠, 2013년에는 올뉴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가 잇달아 출시됐다. 지난해에는 마세라티 최초의 SUV인 르반떼가 등장했다.
판매대수도 증가추세다. 2013년에는 115대에 그쳤으나 2014년에는 723대도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211대가 판매됐다.
효자 상품은 기블리다. 마세라티 판매 차량 10대 중 6대 이상이 기블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가격은 1억990만원~1억590만원으로 2억원대에 달했던 기존 모델보다는 저렴하다. BMW, 벤츠, 아우디, 재규어 등을 타다가 마세라티로 갈아타는 소비자들이 많다.
기블리 판매 증가에다 '도깨비 애마'로 불렸던 르반떼가 가세하면서 마세라티는 올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같은 FCA 소속인 페라리보다 인지도가 떨어져 마세라티를 '페라리 사촌'이라고 불렀지만 앞으로는 오히려 페라리를 '마세라티 사촌'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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