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넥시트`은 없었다…미풍에 그친 네덜란드 극우 포퓰리즘
입력 2017-03-16 16:54 

네덜란드 발(發) 극우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바람은 '태풍'이 아닌 '미풍'에 그쳤다. 네덜란드 총선 결과가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에 미칠 영향에 숨죽였던 유럽사회는 '네덜란드 국민의 이성이 승리했다'며 일제히 환영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가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대두된 신(新) 고립주의와 포퓰리즘 물결은 일단 진정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다만 극우정당인 자유당(PVV)이 원내 2당으로 올라선 점을 감안할 때 포퓰리즘이 국민의 마음 속에 똬리를 틀고 있음이 확인돼 언제든 '들불'로 번질 여지를 남겼다.
◆'넥시트'없다…기득권 정치에 염증도
15일(현지시간)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에서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VVD)은 한국시간 오후 2시 현재 95%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21.3%의 지지를 획득, 33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VVD는 원내 1당의 지위를 고수했지만 지난 2012년 총선에서 41석을 거둔 점을 감안할 때 '패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어 극우 인사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PVV가 20석으로 원내 2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중도성향의 기독민주당(CDA)과 민주당(D66당)이 각각 19석, 좌파인 녹색좌파당(GL)과 사회당(SP)은 나란히 14석을 차지했다.
이번 네덜란드 총선에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됐던 것은 반(反) EU를 천명하며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빌더러스 대표의 바람 때문이었다. 그는 넥시트(네덜란드의 EU 탈퇴)를 추진하고 이슬람 사원 폐쇄, 이슬람국 출신의 이민 금지 등을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걸며 돌풍을 일으켰다. 빌더러스의 PVV는 올해 초만하더라도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원내 1당으로 등극, 빌더러스는 차기 총리 1순위로 꼽혔다.

빌더러스는 PVV는 선거 초반에는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난민들에게 네덜란드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과격 일변도의 공약'에만 치중한 게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현실적인 난민 대책과 테러대응법을 내놓지 못한 채 모호한 선동만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전 세계적 반감이 높아졌다는 점도 빌더르스에게는 악재였다.
이번 네덜란드 총선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기존 연합정부에 대한 불신과 좌파 정당의 약진이다. 네덜란드는 1980년대부터 좌우 양측에서도 가장 중도적인 성향의 VVD, CDA, 노동당(PvdA)이 주축이 돼 연립정부를 구성해왔다. 하지만 정체된 경제성장, 난민 문제, 청년실업 등이 맞물리며 연립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추락했다. 대표적으로 2012년 35석을 차지했던 PvdA는 이번 총선에서 9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반면 좌파 성향의 민주당은 19석을 거머쥐는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특히 '네덜란드의 트뤼도', ' 네덜란드의 JFK'로 불리는 예시 클라버 대표가 이끄는 GL은 지난 선거보다 무려 10석이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클라버 대표는 빌더르스 대표에 맞서 극우 포퓰리즘 광풍을 막는 '방풍막'이 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빌더러스가 테러 위협을 핑계로 유세를 중단하자 빌더러스의 '텃밭'을 휘저으며 지지를 호소, 선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대표적 다당제 국가인 네덜란드에서 확인된 포퓰리즘 바람은 승자독식인 프랑스 대선과 사실상 양당제인 독일 총선에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포퓰리즘 막았다"...유럽 환호
네덜란드 총선에서 PVV의 바람이 예상외로 미약한 것으로 드러나자 유럽 사회는 환호했다. 유럽 사회는 네덜란드 총선을 계기로 다가오는 프랑스 대선(4~5월), 독일 총선(9월) 등에서 극구 정당들의 세력이 위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뤼테 총리는 승리를 확신한 뒤 지지자들과 만나 "네덜란드는 잘못된 포퓰리즘을 향해 '그만 멈추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뤼테 총리는 "네덜란드는 이날 저녁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이후 잘못된 포퓰리즘은 이제 충분하다고 말했다"며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자평했다.
유럽 정상들은 네덜란드 총선 결과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뤼테 총리는 네덜란드의 챔피언"이라며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재무장관도 "네덜란드 총선 결과는 유럽의 승리를 의미한다"며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도 프랑스 대선에서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네덜란드 총선 결과에 대해 "극단주의에 반대한 투표"였다고 평가했다.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교 장관 역시 "극우 바람을 막아낸 네덜란드를 환영한다"며 "앞으로 더 강한 유럽을 만들기 위해 일할 것을 바란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장원주 기자 /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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