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위기의 한국대학 전문가 조언 "국제화·융합만이 살 길"
입력 2017-03-16 16:29 

영국의 세계적 대학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2017년 아시아 대학 평가 순위'에서 한국 대학들은 대체로 국제화 점수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국제화 수준이 한국대학 성장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16일 전문가들은 이번 평가결과에 대해 "국내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제화 수준 강화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융합 교육이 가장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순위 평가에서 국내 대학들은 아시아 10위권 내에 카이스트(8위)·서울대(9위)·포스텍(10)위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주요 평가지표인 국제화와 연구실적, 논문피인용도 부문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상위 6개 대학은 모두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대학들이 독차지했다. 100위권 대학에도 26개 국내 대학이 포함됐지만 대부분 같은 평가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필 베이티 THE 편집장은 "국제화 항목 자체는 평가 비중이 7.5%에 불과하지만 국제 협력 등 국제화가 잘 이뤄지면 다른 평가지표인 연구실적과 논문피인용도 역시 올라가게 된다"며 "국제화는 사실상 대학 순위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억 세종대 부총장도 "명성은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힘들지만, 국제화에서 진척을 보인다면 평판 역시 올라갈 여지가 있고, 외국인 유명학자와 공동저술·공동연구를 늘리면 논문 피인용도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베이티 편집장은 국제화에서 성과를 못낸 일본 대학을 '반면교사' 삼을 것도 조언했다. 베이티 편집장은 "최근 국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일본은 학생들이 해외에 나가려 하지 않고, 학기도 4월, 10월에 시작해 국제 기준과 다르게 움직이는 등 국제화 정도가 더디다"며 "한국도 국제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일본 대학들은 이번 평가에서 국제화 점수가 낮았고, 선위에서도 대체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15년까지 아시아 1위를 차지했던 도쿄대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7위에 그쳤고 다른 대학들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융합교육과 창의교육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평가 지표에는 구체적 항목은 없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대학들의 노력은 각 지표에 녹아들어 반영돼 있다는 평가다.
권오병 경희대 미래정책원장(대학원 경영학과 교수)는 "교수와 학생 모두 인문, 자연계를 막론하고 2가지 이상 전공을 연계하는 대융합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며 "빅데이터 현장 실습에서 인문사회 학생들이 공대 출신 직원들이 함께 일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해결방법을 함께 찾아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사회 교수와 이공계 교수의 융합연구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이 같은 연구는 새로운 융합 트랜드를 잘 짚어낼 뿐만 아니라 양측에서 참고하는 등 논문피인용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평가의 권위자인 서의호 포스텍 대학평가위원장(산업경영공학과 교수)은 "상대적으로 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받기 쉬운 국내 대학은 창의성을 강화해 세계 순위에서도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 순위 상승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재영 중앙대 평가팀장은 "국내 대학 국제논문수 자체가 적은 것은 아지만 매년 성과를 내야하는 정부사업이 많아 장기 연구가 쉽지 않다"며 "이런 환경이 질적 측면에서 낮은 점수로 이어진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THE 대학 랭킹 발표와 함께 진행된 2017 THE 아시아대학총장회의는 16일 폐막했다. THE가 주최하고 울산시와 울산대가 공동주관, 매일경제신문사가 미디어파트너로 후원한 이번 행사는 14~16일 3일간 울산대학교에서 세계 24개국 86개 대학에서 221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를 창조하다-강력한 산학 동맹 구축'을 주제로 열렸다.
이번 회의는 세계 각국 대학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학협력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고민하는 가운데 국내 최대 산업도시로서 산학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울산에서 개최돼 의미를 더했다.
회의 마지막 날에는 THE가 아시아 대학 순위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국내 한 대학 관계자는 "THE는 대학 인지도보다 연구와 교육 역량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평가하기 때문에 다른 평가기관보다 공신력이 있어 대학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최근 산업계에서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해당 분야의 산학협력을 위해서는 교수들이 먼저 기업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를 공동 주관한 울산시 김기현 시장은 "대학은 그 도시의 운명을 결정하고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며 "3D 프린팅과 2차전지 등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려는 울산에서 아시아대학총장회의가 열린 것은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호승 기자 / 서대현 기자 / 강봉진 기자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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