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中 사드보복, '한국 관광금지' 시행 첫 날…공항·면세점·명동 '썰렁'
입력 2017-03-15 17:39 
사진=연합뉴스
中 사드보복, '한국 관광금지' 시행 첫 날…공항·면세점·명동 '썰렁'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의 '한국 관광금지' 조치가 시행된 15일, 한국 기업들과 관광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한국관광상품 판매가 중단된 이 날은 중국 '소비자의 날'이기도 해 사드보복 사태의 최대 고비로 꼽혀왔습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관광지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사드보복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 전국 공항·항만·관광지 '썰렁'

이날 전국 주요 관광지와 공항, 항만 등에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행렬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서울 명동 거리와 면세점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오히려 중국인 관광객보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띌 정도였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도 유커들이 사라졌다. 중문으로 '迎光'(환영합니다)라고 적힌 관광 가이드의 피켓이나 유커 손에 쥐어지던 중문 가이드 책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에는 전날 중국에서 출발한 소수의 단체관광객이 들어왔지만, 이날 이후로는 예약이 한 건도 없어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상대하는 여행사들은 사실상 기약 없는 휴업 상태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도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몰리던 중구 광복로와 자갈치시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평소 가득했던 제주국제공항과 성산일출봉 등 제주의 주요 관광지도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중국 당국은 자국 여행사들에 이날부터 한국관광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에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중국 내 대형 및 중소형 여행사들은 이날부터 한국 관광상품 취급을 일제히 중단했습니다.

한국 여행을 위한 단체 비자 신청도 중단됐으며, 크루즈선의 한국 경유도 금지됩니다.

앞으로는 주중 한국대사관 등에 개별 비자를 신청하고 항공권과 숙박 등을 자체적으로 예약한 개별관광객만 한국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은 관광수요 위축에 따라 중국 노선 운항을 일시적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상하이나 톈진(天津) 등을 통해 부산이나 제주를 경유해 일본으로 향하던 크루즈선들은 한국을 빼고 일본에만 정박하게 됩니다.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절대적인 시내면세점을 비롯한 여행·관광업계는 잔뜩 긴장한 채 사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예상은 했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실제로 줄어드니 막막하다"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여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 中 '소비자의 날'…韓 정부·업계 대응책 모색

이날이 사드보복 사태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이유는 이날이 중국 '소비자의 날'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롯데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날 저녁 방송되는 중국 관영 CCTV(중앙방송)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晩會)'입니다.

주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불량, 속임수 등을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주로 해외 브랜드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폴크스바겐, 닛산, 벤츠, 랜드로버 등 수입차의 수리비 과다 청구와 차량 결함 등이 집중 조명됐고, 앞서 2014년과 2013년에는 각각 일본 카메라 업체 니콘과 애플 등을 문제 삼았다. 2011년에는 금호타이어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사드보복'으로 롯데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중국 현지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는 가운데, 이 프로그램의 '먹잇감'이 되면 추가로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이날을 기점으로 중국의 보복 조치가 어느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한국 기업에 대한 규제와 불매운동, 한국 관광금지 등으로 사드보복을 이어가고 있으나, 최근 들어 한국인을 겨냥한 폭행 행위나 반한(反韓) 집단 시위는 막고 있습니다.

이달 초만 해도 중국인들이 롯데의 소주(처음처럼)와 음료를 박스 채로 쌓아두고 중장비로 파괴하는 등 과격한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고, 중국 당국은 이를 방관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가 롯데 불매운동이나 사드 반대를 위한 집회를 엄격히 통제하면서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이날 한국 정부도 사드보복에 맞서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롯데 계열사와 면세점, 여행·관광업체, 전자업체 등과 만나 최근 중국 사업에 대한 애로사항을 들었습니다.

업계는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했고, 정부는 국제규범에 따른 대응과 함께 약 4천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안총기 외교부 2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중국 관계 당국에 대한 서한 발송과 우리 기업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 나가겠으며, 중장기적으로 대중국 의존도를 축소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 차관은 중국 내 한국 공관이 중국 관광객의 개인 비자 신청을 직접 받는 등 관광객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하고 있으며, 방한 관광상품 판매제한 등 중국 측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및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관련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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