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항성간 우주여행은 적(敵)은 `먼지입자·원소충돌`
입력 2017-03-15 14:30 
초소형 우주선이 고속으로 먼지입자와 충돌할 때 예상되는 표면 현상. 속도가 빠른 우주선이 먼지입자에 닿으면 충돌 지점이 가열돼 증발하고 우주선 표면이 녹아 크레이터(구멍)가 형성된다.

지난해 4월 러시아 억만장자 유리 밀너와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미국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태양계 이웃 항성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 스마트폰 크기의 초소형 우주선 1000대를 보내는 '스타샷 프로젝트'를 내놓으며 우주여행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에 초소형 우주선이 우주여행을 안전하게 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국내 연구원 소속 베트남 과학자를 통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15일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 연구원 이론천문연구센터 소속 티엠 황(Thiem Hoang) 박사팀은 최근 논문에서 광속에 비교되는 초고속·초소형 우주선의 경우 미세한 원자 충돌만으로도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히며 우주선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일단 우주선이 우주여행을 하려면 그 속도가 대단히 빨라야 한다. 황 박사팀은 스타샷 프로젝트에서 제시된 광속의 20%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선의 경우 우주공간에 있는 마이크론(1000분의1나노미터) 크기 먼지입자나 무거운 원소의 원자들만으로도 치명적인 위협을 얻는다고 분석했다. 우주공간이 고(高)진공 상태이긴 해도 완벽한 진공은 아니여서 먼지와 가스입자 등 성간물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성간가스는 주로 수소와 헬륨 원자로 구성돼 있으며 평균 1㎤ 안에 1개의 비율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 감안하면 수소나 헬륨 원자는 대략 10의 18승개가량으로 계산됐으며 이 가운데 1.3% 정도는 수소나 헬륨 외에 무거운 원소들의 원자들로 분포돼 있다. 먼지의 경우 10만개 정도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우주선 경로에 존재하는 각 먼지입자나 원자가 충돌할 경우 발생하는 에너지를 계산했다. 입자들의 충돌에너지는 우주선 표면의 한 지점을 고온으로 빠르게 가열하며 손상시킨다.
연구팀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지구에서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경로에 존재하는 먼지입자와 가스 원자 가운데 무거운 원소의 원자의 경우 우주선 표면을 0.1㎜ 깊이까지 손상시킬 수 있으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먼지 입자도 우주선 표면을 1㎜까지 서서히 침식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우 드물긴 하지만 15마이크론(머리카락 굵기 정도) 이상 크기의 먼지입자가 초소형 우주선에 충돌하면 우주선 전체가 파괴될 수도 있다.
황 박사팀은 이 우주선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2가지로 나눠 제시했다. 하나는 원통형이나 직육면체 등과 같이 우주선 진행 방향의 단면을 작게 만드는 것이다. 우주선 표면적이 작을수록 우주먼지로부터 입는 피해도 줄어든다. 두번째 방법은 그래핀(흑연에서 뽑아만든 전도성 물질)처럼 녹는점이 높고 강한 소재로 얇은 차폐막을 이중으로 만들어 우주선을 보호하는 일이다.
황 박사는 "이번 연구는 광속으로 우주여행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천문학적 관점으로 분석한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초소형 우주선을 설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논문은 최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게재됐다.
(용어) 프록시마 센타우리: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외계 항성. 지난해 영국 천문학자 길렘 앙글라다 에스쿠데 교수는 이 항성 주위를 11.2일마다 한바퀴씩 도는 행성인 '프록시마b'를 발견하기도 했다. 태양과 유사한 프록시마 센타우리 근처에도 태양-지구 관계와 같은 행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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