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MMF 태세전환…하루만에 2조6천억 썰물
입력 2017-03-14 17:55 
대기성 투자금이 모이는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 2조6000억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탄핵으로 시장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처를 찾아 자금을 유출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탄핵 선고일인 지난 10일 국내 MMF에서 총 2조6155억원이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지난 2월 한 달간 MMF에 유입된 자금이 약 8조원임을 감안하면 이날 하루 만에 한 달치 유입자금 3분의 1이 유출된 것이다.
MMF 설정액은 지난 2월 15일 130조원을 돌파한 뒤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이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MMF에 자금을 넣어둔 채 시장을 관망해왔던 것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이 일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내 정치 리스크까지 장기화하면서 이는 더욱 심화됐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이 발표되고 실제로 탄핵 인용이 결정되자 MMF로의 자금 유입세가 꺾였다. 여러 불확실성 가운데 큰 축이었던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MMF에서 대거 자금을 빼내 다른 투자처로 옮긴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탄핵안 인용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투자자들의 안도 심리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빠져나간 자금이 펀드로 유입되지는 않았다. 국내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에서는 환매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나 채권형 펀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MMF 매니저는 "대부분 빠져나간 자금이 법인자금인데, 이 자금은 주식으로 갈 수는 없게 돼 있다"며 "펀드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채권 등 다른 투자처로 흘러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5일 미국 금리 인상이 일단락되면 국내 MMF에서의 자금 유출세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특히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향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어떻게 언급할 것인지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다. 옐런 의장이 실물 경기 개선세를 확인하면서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임을 언급한다면 금리 인상과 관련된 대외 불확실성이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의 안도감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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