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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CEO 3인 공동인터뷰] "핀테크, 규제 만능주의에 갇혀"
입력 2017-03-14 17:54  | 수정 2017-03-14 20:27
왼쪽부터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 유영석 코빗 대표, 오재민 두나무투자일임 대표.
"금융당국의 지나친 규제 편의주의 때문에 충분히 해외에서도 통할 만한 핀테크업체들이 시작부터 고사할 위기다."
매일경제와의 공동 인터뷰 자리에 참석한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 유영석 코빗 대표, 오재민 두나무투자일임(카카오증권) 대표 등 핀테크업계 스타 최고경영자(CEO) 3인방은 "정보기술(IT)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은 충분히 핀테크 분야 선진국이 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보신주의와 폐쇄성이 핀테크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유영석 대표는 규제 대신 업계 자정 노력에 맡겨야 업계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선진국은 대다수 규정을 업계 대표들이 모인 협회에서 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단 업계 자율 규제에 맡기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정부가 관여해도 늦지 않은데 한국은 사고를 너무 무서워해 미리 나서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나 중국에서도 핀테크 관련 금융 사고가 있었지만 여전히 산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는데 너무 안전하게 가려고만 하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또 유 대표는 "아직 국내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법적인 정의가 내려지지 않아 업계가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국가대표 핀테크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빗은 세계 최초 비트코인·원화 거래소로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해외송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산업 실태를 파악할 때 은행과 증권사 등 기존 금융권 관계자들 의견만 듣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재민 대표는 "금융당국이 로보어드바이저 산업 실태를 파악할 때 증권사만 부르고 스타트업 관계자는 끼워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기득권을 가진 기존 금융사 입장만 반영하다 보니 핀테크 육성 정책이 나오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로보어드바이저 규제와 관련해 오 대표는 "현재 비대면 투자 권유가 금지돼 있어 투자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에 가입하려면 이용자들이 증권사나 은행에 꼭 들러야 한다"며 "로보어드바이저 핵심이 낮은 수수료로 자산관리 대중화를 이끄는 것인데 현재 상태로는 다른 증권사 상품과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두나무투자일임은 하루 평균 20만명이 이용하는 국내 대표 증권투자 서비스 '카카오증권'을 운영하는 두나무의 자회사로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 KB 등 금융권에서 92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P2P대출업체 어니스트펀드의 서상훈 대표는 "선대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돈을 빌리려는 채무자들이 필요할 때 대출을 빨리 받을 수 없어 고금리 대부업체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업계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채무자 입장과 고충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선대출 금지와 투자한도를 1인당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P2P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선대출 금지란 P2P대출업체가 투자자를 모집하기 전에 미리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서 대표는 "P2P대출은 돈이 필요한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을 직접 이어주는 직거래 시스템을 의미하기 때문에 먼저 대출이 나간 뒤 투자자를 모집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P2P대출업체에 대한 1인당 투자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과 관련해 서 대표는 "P2P 금융시장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고액 개인투자자 의존도가 높은데 투자한도를 제한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며 "대출 현황에 대한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업체 운영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통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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