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피 한방울로 현장진단 `마법키트` 만드는 여성 CEO의 꿈
입력 2017-03-14 16:32 
손미진 수젠텍 대표가 디지털 임신테스트기인 `슈얼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수젠텍>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병원들은 응급실로 찾아오는 의심환자들을 가려내기 위해 발열검사를 했었죠. 문제는 발열증상이 나타는 질병이 수십가지라는 점입니다. 이런 경우 정밀 진단기기를 사용한다면 짧은 시간 내에 특정 질병의 감염 유무를 정확히 알 수 있어 도움이 됩니다."
대전 본사에서 만난 손미진 수젠텍 대표는 수젠텍이 개발한 '인클릭스(Inclix)'라는 전문가용 현장진단검사(POCT) 제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대형 병원 응급실 입구에선 발열검사가 이뤄졌다. 메르스 감염자를 가려내기 위한 방법이었다. 문제는 메르스가 아닌 단순 감기몸살로 등으로도 몸에서 열이 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장진단검사기를 이용하면 발열검사 없이 한 번에 결과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올해로 창업 6년을 맞은 수젠텍은 체외진단기기를 만드는 헬스케어기업이다. 대표 제품으로 임신, 배란테스트기인 '슈얼리'가 있다. 디지털 제품과 국내 제약사를 통해 지난해 10월 선보인 고감도 제품 두가지 타입이 있다.
손 대표는 "흔히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한 줄이냐 두 줄이냐를 보고 임신 여부를 판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측정시간을 지키지 않는 등 사용과정에서 '해석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가 개발한 디지털 제품의 경우 측정 뒤 액정에 바로 결과가 표시되므로 정확하게 임신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감도 제품은 여성의 융모성 성선자극호르몬(hCG) 검출 감도가 10㎖U/㎖로 기존 제품(25㎖U/㎖) 보다 좀 더 일찍 임신여부를 알 수 있다.
배란 테스트기의 경우 사용자가 임신에 성공할 때까지 계속 사용하기 때문에 2~3만원대 가격에도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임신테스트기 시장 규모는 400억~500억원대에 달한다. 배란테스트기는 이 시장의 20~30% 규모다. 수젠텍은 임신·배란 테스트기의 성공을 발판으로 인클릭스의 개발에 뛰어들었다.

손 대표는 "한국생명공학 연구원을 거쳐 LG생명과학기술원에서 체외진단 분야 연구와 제품개발 일을 했었다"며 "대형병원이나 혈액원 등에서 HIV, AIDS, B·C형 간염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4등급의 '혈액 스크리닝' 기술 개발을 하다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 등 감염성 질환에선 현장진단 키트가 필요한데 종합병원의 대형장비는 휴대도 불편하고 결과를 얻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어 현장에서 바로 대응하기가 어렵다"며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휴대용 장비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를 비롯해 생명공학을 전공한 인력이 주축이 된 수젠텍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디지털 임신·배란테스트기를 만들었으며 수젠텍만의 BT-IT 융합기술로 전문가용 POCT 제품인 인클릭스를 만들 수 있었다. 크기도 병원에 설치된 자동혈압 측정기기 정도로 작은 편이다.
인클릭스는 현장에서 수거한 검체를 분석해주는 진단기기로 일회용 진단키트, 질환별로 진단 결과를 보여주는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돼있다. 검사 방법도 단순하다. 환자의 혈액 몇 방울을 금 나노입자가 들어간 진단키트 위에 떨어트린 후 인클릭스에 집어넣으면 3~5분 내에 진단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질병의 감염 유무만이 아니라 병의 경과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손 대표는 "중환자실에서 장기 입원치료 중인 환자의 경우 치료제를 투여했을 때 증세가 얼마나 호전되는지 등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며 "환자별 맞춤 치료가 가능해져 더욱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클릭스로는 현재 3가지 지표를 파악할 수 있으며 5가지 지표를 추가하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손 대표는 "혈액 속 염증 원인을 파악하는 CRP(C반응성단백질) 염증진단 테스트를 지난해 허가받았고 올해 하반기에 인플루엔자 테스트까지 추가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POCT 시장은 항생제 남용 문제가 심각한 중국, 체외진단기기 인프라가 부족한 아시아, 중동, 남미 등 이머징 시장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POCT 시장 규모는 올해 87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도 9%를 넘어선다.
손 대표는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POCT의 경우 국내, 유럽인증을 받은데 이어 이란과 계약을 체결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과 계약이 진행 중으로 장기적으론 북미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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