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재테크 상품의 배신 / ISA 도입 1년…韓日비교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재테크 만능통장'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출시됐지만 1년 만에 받아든 성적표는 '낙제점' 수준이다. 특히 한국보다 2년 먼저 ISA를 도입해 국민 재산 증식과 자본시장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결과는 더욱 참담하다. 도입 첫해 ISA 가입액은 한국이 일본의 8분의 1, 수익률은 일본의 10분의 1에 그쳤기 때문이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한국형 ISA의 누적 가입자 수는 234만6264만명, 누적 가입액은 3조6461억원이다.
일본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 1월 도입된 일본형 ISA(이하 NISA)는 첫해 가입자 수가 825만명, 총 가입액은 2조9770억엔(약 29조8176억원)이었다. 일본이 한국보다 8.2배나 많은 것이다. 인구와 소득 수준을 감안해도 일본의 가입액이 한국보다 2~3배가량 많다. 당초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일본과의 비교자료를 근거로 ISA 도입 첫해에 10조원 이상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이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ISA 도입 첫해 수익률을 비교하면 더욱 참담하다. 한국 ISA 수익률은 지난 1월 말 기준 일임형 모델포트폴리오(MP) 평균 1.1%에 불과하다. 증권 2.7%, 은행 1.0%로 전체 MP의 단순평균은 2.1%지만 투자액의 93%가 은행권에 편중돼 있어 이를 감안한 가중평균 수익률은 1.1%인 것이다. 일본 NISA의 2014년 평균 계좌수익률은 11.6%였다.
일본은 NISA 도입 2년 차인 2015년에도 투자 잔액이 30조원 이상 불어나며 꾸준히 성장했다. 작년 6월 말 기준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고 총 가입금액은 8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한국 ISA는 저조한 수익률 때문에 작년 9월 이후 이미 반년 가까이 가입자 수가 정체됐다. 오히려 작년 12월부터는 매월 1만~2만명씩 계좌를 해지하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가입액도 2년 차엔 고작 1조~2조원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ISA가 실패한 것은 일본과 달리 예·적금을 투자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실제 투자 잔액 중 절반이 넘는 56%가 예·적금으로 쏠렸고, 주가연계증권(ELS)과 채권형펀드 등 중위험 상품까지 포함 시 93%가 안전 자산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효율적 자산 증식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NISA 투자 대상을 주식과 펀드로만 한정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ISA가 진정한 노후 자산 증식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비과세 한도를 높이거나 없애고 중도 인출 제한을 풀어 계좌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ISA에 대한 예금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한시적으로 예금 투자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형기 금융투자협회 연구위원은 "한국 ISA의 의무가입 5년은 대다수 서민이 목돈을 넣어두기에는 너무 길다"면서 "중도 인출 제한을 완화하고 세제 혜택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는 이상 일본처럼 성공적인 제도로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ISA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수익률이 낮다는 비판에 대해 "전체 가입 계좌의 10%에 불과한 일임형 ISA의 공시수익률을 근거로 전체 ISA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부분을 전체로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다만 금융위가 애초 일임형 ISA 수익률을 공개하기로 한 취지가 전문성을 가진 금융회사들의 운용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투자자 가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되돌려 보면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와서 일임형 ISA 성과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공개된 성과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또 기존 일반형 ISA 가입자 100만명이 서민형으로 전환돼 세제 혜택을 추가로 받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검증 결과 무려 100만명의 일반형 ISA 가입자가 총급여 5000만원 이하,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로 원래 서민형으로 가입해야 할 고객이었다. 서민형으로 전환되면 비과세 혜택이 연간 250만원으로 늘어나고, 의무가입 기간은 3년으로 줄어든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지인들을 대상으로 무리하게 ISA 가입자를 늘리면서 소득 증빙 자료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재테크 만능통장'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출시됐지만 1년 만에 받아든 성적표는 '낙제점' 수준이다. 특히 한국보다 2년 먼저 ISA를 도입해 국민 재산 증식과 자본시장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결과는 더욱 참담하다. 도입 첫해 ISA 가입액은 한국이 일본의 8분의 1, 수익률은 일본의 10분의 1에 그쳤기 때문이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한국형 ISA의 누적 가입자 수는 234만6264만명, 누적 가입액은 3조6461억원이다.
일본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 1월 도입된 일본형 ISA(이하 NISA)는 첫해 가입자 수가 825만명, 총 가입액은 2조9770억엔(약 29조8176억원)이었다. 일본이 한국보다 8.2배나 많은 것이다. 인구와 소득 수준을 감안해도 일본의 가입액이 한국보다 2~3배가량 많다. 당초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일본과의 비교자료를 근거로 ISA 도입 첫해에 10조원 이상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이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ISA 도입 첫해 수익률을 비교하면 더욱 참담하다. 한국 ISA 수익률은 지난 1월 말 기준 일임형 모델포트폴리오(MP) 평균 1.1%에 불과하다. 증권 2.7%, 은행 1.0%로 전체 MP의 단순평균은 2.1%지만 투자액의 93%가 은행권에 편중돼 있어 이를 감안한 가중평균 수익률은 1.1%인 것이다. 일본 NISA의 2014년 평균 계좌수익률은 11.6%였다.
한국형 ISA가 실패한 것은 일본과 달리 예·적금을 투자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실제 투자 잔액 중 절반이 넘는 56%가 예·적금으로 쏠렸고, 주가연계증권(ELS)과 채권형펀드 등 중위험 상품까지 포함 시 93%가 안전 자산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효율적 자산 증식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NISA 투자 대상을 주식과 펀드로만 한정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ISA가 진정한 노후 자산 증식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비과세 한도를 높이거나 없애고 중도 인출 제한을 풀어 계좌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ISA에 대한 예금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한시적으로 예금 투자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형기 금융투자협회 연구위원은 "한국 ISA의 의무가입 5년은 대다수 서민이 목돈을 넣어두기에는 너무 길다"면서 "중도 인출 제한을 완화하고 세제 혜택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는 이상 일본처럼 성공적인 제도로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ISA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수익률이 낮다는 비판에 대해 "전체 가입 계좌의 10%에 불과한 일임형 ISA의 공시수익률을 근거로 전체 ISA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부분을 전체로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다만 금융위가 애초 일임형 ISA 수익률을 공개하기로 한 취지가 전문성을 가진 금융회사들의 운용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투자자 가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되돌려 보면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와서 일임형 ISA 성과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공개된 성과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또 기존 일반형 ISA 가입자 100만명이 서민형으로 전환돼 세제 혜택을 추가로 받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검증 결과 무려 100만명의 일반형 ISA 가입자가 총급여 5000만원 이하,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로 원래 서민형으로 가입해야 할 고객이었다. 서민형으로 전환되면 비과세 혜택이 연간 250만원으로 늘어나고, 의무가입 기간은 3년으로 줄어든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지인들을 대상으로 무리하게 ISA 가입자를 늘리면서 소득 증빙 자료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