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65년만에 백지신문 발행한 서울대 학보사…계속되는 본부점거 갈등
입력 2017-03-13 16:36  | 수정 2017-03-14 17:08

지난 11일 서울대 대학본부가 직원 400명을 동원해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에 반대하며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을 153일만에 해산시킨 이후 학내 갈등이 곳곳에서 증폭되고 있다.
총학생회는 '총장퇴진'을 들고 나서면서 학교 본부와 전면전을 예고했고 학내언론인 '대학신문'은 65년만에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점거 해제 후에도 지리한 논란이 이어지자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선 "대화를 재개해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3일 서울대 총학생회는 '서울대의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학교측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총학은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서 네 달이 넘어선 촛불 민심의 힘으로 광장에는 봄이 왔지만 바로 다음날 서울대에는 다시 차가운 겨울이 도래하고 말았다"면서 "대학 본부는 폭력침탈 및 물대포 진압 현장의 책임자를 밝혀 처벌하고 책임자인 성낙인 총장은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서명운동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일부 학생들은 온라인을 통해 학부생을 대상으로 성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연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13일 오전 6시까지 2578명이 서명했다"며 "16일 대자보를 학생회관 앞에 게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같은날 학내언론인 '대학신문'은 시흥캠퍼스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을 적게 다루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등 이유로 이날 조간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백지발행을 결정한 대학신문 기자단은 "주간교수가 본부점거 이슈를 줄이고 개교 70주년 이슈의 비중을 늘릴 것을 강요했다"며 "이에 항의했지만, 주간이 광고·예산·인사 등 권한을 쥐고 기자단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이 1면 전체를 백지로 낸 것은 65년만에 처음이다.
학생들 퇴거과정서 발생한 충돌에 대한 책임공방도 여전하다. 학생측 '본부점거본부'는 직원들이 '물대포'를 쐈다며 물을 맞는 사진을 페이스북 등으로 공유하면서도 자신들이 먼저 소화기를 사용했다는 점은 숨겼다. 이후 논란이 일자 "본관에 재진입하려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발길질 등을 하자 학우 한 분이 우발적으로 소화기를 두 차례 분사했고 (직원이 설치한) 바리케이드 쪽으로 던져 바로 제지했다"고 해명했다.
학교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학생이) 물을 뒤집어쓴 것은 사실이지만 (물을 쏜 것은) 자기방어적 수단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내 언론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물을 쏜 직원이 학생에게 물을 직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서울대 노조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자식이나 조카뻘인 학생들로부터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받으며 묵묵히 참아야 했다"며 "다시는 우리의 일터가 학생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점거농성을 푼 학생들은 다음달 4일 전체 학생총회를 열고 시흥캠퍼스와 관련한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이 때문에 추가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 봉합되지 않은 만큼 총장 퇴진운동은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학내 구성원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기 전에 대화를 재개하고 갈등 봉합을 위해 양측 모두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 제3자의 입장에서 사태를 지켜본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졸업학기를 다니고 있는 김재홍 씨(27·경영학과)는 "대화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학교와 학생 측이 모두 책임이 크다"며 "상아탑 답게 학내 구성원들이 원만한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한 원로교수는도"해외 경쟁 대학들은 한발 앞서가고 있는데 서울대는 내홍으로 멈춰 서 있다"며 "점거가 해제된 만큼 양측 모두 마음을 열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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