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EU, 모국 폴란드 반대 불구 투스크 상임의장 재선출
입력 2017-03-10 14:55  | 수정 2017-03-11 15:08

유럽연합(EU)이 9일(현지시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도날트 투스크 현 의장(사진)을 재선출했다.
상임의장직은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자리다. 투스크 의장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위기에 처한 EU 결속력을 강화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EU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투스크 상임의장의 모국인 폴란드를 제외한 27개국의 지지로 연임을 결정했다. 2014년 12월부터 상임의장에 오른 투스크의 2기 임기는 오는 6월 1일부터 2019년 11월30일까지다.
투스크 의장은 폴란드 반(反)공산주의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동유럽에서 가장 대표적인 보수성향의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1980년대 초반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폴란드 자유노조에서 활동한 뒤 정계에 진출, 하원의원을 거쳐 지난 2007년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총리를 지냈다.
하지만 투스크 의장은 이번에 재선 과정에서 조국 폴란드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심지어 폴란드는 투스크의 연임을 막기 위해 EU 외교가에는 무명이나 다름없는 야체크 사리우스-볼스키 유럽의회 의원을 대항마로 내세우는 '몽니'를 부렸다.
폴란드 정부가 투스크의 연임을 반대한 데는 폴란드 내부 정치투쟁에서 기인한다. 폴란드 집권여당인 '법과정의당'의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대표는 투스크 상임의장에게 깊은 원한을 갖고 있다. 카친스키 대표는 2007년 총선 당시 투스크가 이끌던 '시민연단'에 패해 총리직을 내놓은 바 있다. 투스크가 상임의장 직을 연임하면 2019년 임기가 끝나고 귀국해 대선에 도전할 것이 유력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EU 정상들은 압도적 지지로 투스크의 신임을 재확인했다.
브렉시트 이후 EU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가운데 EU의 고질병을 고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해결사'로 투스크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하드 브렉시트(EU와의 완전한 결별)' 방침을 세운 영국과의 협상에서 '강(强) 대 강(强)' 대치가 예상되는 가운데 EU의 이익을 고수하는 데 현 상임의장이 적합하다는 것도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영국이 이달 말 EU 탈퇴 방침을 공식 통보해오면 EU는 영국과 향후 2년간 탈퇴협상을 진행하는데, 투스크의 임기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재선에 성공한 뒤 "더 좋은 EU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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