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혁신안과 해체안의 격돌, 전경련 공개토론회
입력 2017-03-10 14:48 

"민간 경제 외교 기능 등을 중심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혁신해야 한다." "전경련은 해체가 최고의 쇄신책이다."
10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경련 역할 재정립과 혁신방안' 토론회에서는 격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전경련이 외부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급히 마련한 자리다.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 사회로 전경련 해체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을 피력해온 전문가를 각 2명씩 초청해 진행했다.
개혁을 통한 전경련 존속이 필요하다는 최준선 성균관대 법대 교수와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이들 역시 현재까지 전경련이 보여준 쇄신 의지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전경련 해체를 주장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권영준 경희대 경영대 교수는 "해체가 최선의 혁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최준선 교수는 한국과 같은 대륙법 체계에선 재계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만을 지정하는 포지티브시스템에서는민간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고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한상의는 법정단체이고 경총은 노사문제에 국한돼있어 다양한 분야를 다루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반기업정서가 강한 우리 현실에서 이들의 입장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로써 전경련이 기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전경련을 없앤다 해도 다른 조직이 정경유착의 고리 역할을 다시 해낼 것"이라면서 "정치권력의 비대화를 억제하고, 전경련은 본래의 역할인 시장경제의 장점을 전파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최 교수와 안 교수는 혁신방안과 관련해서 민간 경제 외교 및 산업별 의견 전달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를 위해 "산업분야별, 회원사 전문경영인 중심 조직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만 재계 총수들의 의견 교환을 위한 친목단체 기능 역시 존속시켜야 한다고 최 교수는 밝혔다.

다만 두 사람은 전경련이 국가 어젠다 등을 제시하는 기능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 제기된 전경련과 한국경제연구원의 통합, 미국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형태로의 전환은 맞지 않다는 견해다. BRT는 미국 200대 기업의 친목단체다.
이에 비해 박상인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는 자진 해체하는 것이 맞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경유착이 문제가 될 때마다 전경련이 연루됐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이 개혁·혁신이란 이르으로 존속된다는 것 자체가 정경유착이 지속될 수 있는 불씨를 남겨놓는 것이란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권영준 교수는 "전경련은 '권력의 수금창구'로 전락한 전경련의 존재 이유는 이미 상실했다"며 해체 외에는 국민적 신뢰를 얻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쇄신안 마련을 위해 발족한 혁신위에 대해서도 "현신위 멤버 모두가 친재벌적인 행동과 족적을 밟아온 사람인데 무슨 혁신을 하나"며 "구성도 방향도 완전히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체를 주장하는 박교수와 권교수는 전경련이 수행해온 재계 의견 전달 및 민간 경제 외교 등의 기능은 대한상의나 다른 경제단체 등을 통해 충분히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오늘 나온 의견 등을 잘 반영해 혁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경련 측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쇄신안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정욱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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