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조기 대통령선거가 열리면서 '문재인 대세론'에 맞선 제 3지대 '반문(反文) 빅텐트'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탈당을 계기로 '개헌'과 '연정'을 고리로 한 비문(비문재인) 연대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연일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헌파' '연정파' 정치인들과 종횡무진 회동하며 비문 연대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는 9일과 10일 잇따라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를 각각 만나 개헌의 필요성과 향후 전망 등을 논의했다.
앞서 가깝게 지내는 진영, 변재일, 박용진, 최명길 등 6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조찬 모임을 가졌고, 탈당을 선언한 지난 7일에는 국민의당에 합류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함께 조찬을 했다. 남 지사 등은 "권력은 공유해야 커진다"면서 동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김 전 대표의 탈당에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도 반색하고 있다. 바른정당(32석)과 국민의당(39석)에 자유한국당에 잔류한 비박(비박근혜) 의원까지 합하면 100석 이상의 비문 연대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마련하기로 한 단일개헌안이 성과를 거두고, 여기에 민주당내 비문(비문재인) 세력까지 합류하면 제3 지대 빅텐트가 더욱 공고화 될 수 있다.
빅텐트와 맞물려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한국당과 바른정당, 아니면 이들 3당 간의 후보연대 등 합종연횡도 예측해볼 수 있다. 빅텐트나 합종연횡을 통해 중도·보수층의 후보 단일화를 이룰 수 있다면 문재인 전 대표의 두꺼운 벽에 도전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김종인 전 대표가 구심력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제3 지대 빅텐트가 같은 정치적 신념보다는 '문재인 벽'을 넘기 위한 정략적 목적이 있다는 시각이 없지 않아 어느 정도 세력화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우선 시한이 촉박해 '대선 전 개헌'은 물리적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반문세력을 묶어낼 연결고리인 '개헌'이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얼마나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대표도 유승민 의원과의 회동에서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손학규 전 대표와 김동철 의원 등 호남 중진 의원들은 개헌 추진과 반문 연대에 적극적인 반면, 안철수 전 대표의 경우는 소극적이다. 또 정권교체의 국민적 여망이 큰 상황에서 이를 뛰어넘을 정치적 명분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도 반문 연대 성사 전망이 밝지 않은 이유이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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