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리고 고용률 70%를 달성하겠습니다. 또한 1인당 국민소득도 3만 달러를 넘겨 4만 달러로 가는 초석을 다져놓겠습니다."
지난 2014년 집권 2년 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474' 공약을 발표했다. 규제를 풀고 경력단절여성·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려 잠재성장률을 3%대 중반에서 4%대로 고용률은 50% 후반에서 70%대로 올리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같이 규제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면 2006년 이후 줄곧 2만 달러에 머물던 1인당 국민소득도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국은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분배를 강조하는 '경제민주화'로 당선된 박 전 대통령이 '성장론'을 들고 나온 것이어서 당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성적표는 '낙제' 수준이다.
잠재성장률은 4%는 커녕 민간 경제연구소 추산 2%대 중후반까지 떨어졌다. 각종 부양책을 썼지만 이번 정권 들어 성장률이 연평균 2.8%에 머문 것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고용률은 2012년 59.4%에서 2016년 60.4%로 1%포인트 늘었을 뿐이다. 그마저도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 일자리'는 줄고 대부분 저임금 서비스업으로 채워졌다. 그 결과 1인당 국민소득 역시 3만 달러는 커녕 2만7340달러(2015년 기준)로 정체 수준이다. 반면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는 박근혜 정권 들어 도합 576조원이 늘었다. 기업부채 문제도 심각해 부채를 못 갚아 허덕이는 기업이 전체 기업의 3분의 1에 달한다. 2013년 이후 기준금리가 2.75%에서 1.25%로 내려가면서 이자 부담이 상당히 완화됐는데도 말이다. 종합하자면 우리 경제는 활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가운데 빚내서 겨우 현재 수준을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경제가 망가진 이유로 '실기(失期)' '부동산 위주 단기대응책' 등을 꼽는다.
우선 '초기 골든타임'을 놓쳤다.
박근혜 정권 초기 경제수장으로 뽑인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는 '현실돌파형'이라기 보다는 '미래계획형'에 가까웠다. 정권 초기 추진력이 있을 때 정부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다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두원 연세대 교수는 "집권 초반부터 경제민주화(분배)와 창조경제(성장)이라는 상충적인 목표를 설정하다보니 우왕좌왕하게 됐다"며 "그러다보니 경제민주화 법안 몇 개는 정권 초기에 국회를 통과했는데 창조경제로 대변되는 개혁법안들은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오석 경제팀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창조경제' 등 주요 정책을 말그대로 '기획'만 하다 1년 반을 허비했다.
또 다른 문제는 '부동산 위주 단기부양책'이다.
두 번째 경제사령탑을 맡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아베노믹스의 세가지 화살(재정·통화·구조개혁)'을 본따 '초이노믹스' 정책을 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대대적인 '돈풀기'에 나섰다. 이를 통해 경제심리를 살린 뒤 구조개혁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야심차게 내놓은 4대 부문(노동·공공·금융·교육) 개혁이 사실상 실패했다. 야당의 몽니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으로 정권 동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구조개혁을 '강공'으로 밀어붙인 탓도 크다. 가령 파견법 같이 일부 민감한 법안은 빼는 등 조율과정이 필요했는데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오히려 개혁을 그르쳤다는 지적이다.
반면 최경환 경제팀 임기 내 풀은 부동산 규제는 아파트 가격 상승과 1300조원을 넘는 가계부채를 낳았다. 막대한 부채로 인한 소비 제약은 최근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가장 큰 요인이다. 김균 고려대 교수는 "이번 정부는 주로 전시용 경제정책을 폈다"며 "특히 부동산의 경우 장기적인 안목으로 가격을 진정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70년대 사고방식에 입각해 이를 띄우는 전략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서 바톤을 이어받은 유일호 경제팀은 한진해운 물류대란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계속 구조조정 이슈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는 매번 경제정책방향 등을 통해 소비진작책과 재정보강 등 돈풀기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경제가 추락하는 속도를 잠시나마 완화하는 정도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단기적 돈풀기와 성과주의로 인해 우리 경제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며 "다음 정권 때는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제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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