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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4일…새롭지 않은 한국야구의 퇴보
입력 2017-03-10 07:54 
2017 WBC는 한국야구의 속살을 드러냈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세계야구 수준이 올라갔나, 아니면 한국야구 수준이 떨어졌나.” 네덜란드에게 패한 다음날, 김인식 감독이 받은 질문이다.
김 감독은 씁쓸해 하면서 말했다. 더 이상 한국이 우세하다고 할 수 없다.” 전자 혹은 후자,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둘 다 맞는 말이다는 뉘앙스였다.
세계야구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한국야구는 뒤처지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 충격의 4일 보낸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는 한국야구의 자화상이었다.
단순히 1승 2패에 의한 1라운드 탈락 때문이 아니다. 한 경기(네덜란드전)는 힘 한 번 못 쓰지 못하며 완패했으며, 다른 두 경기(이스라엘전·대만전)는 우위에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접전보다 졸전이었다. 3경기 29이닝 동안 ‘한국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은 이가 있을까. ‘불운했다고 탓할 수 있을까.
경기력으로 부족했다. 잘 한 게 없기 때문에 당연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주장 김재호(두산)이 선수 대표로 밝힌 자아비판이었다.
무엇이 더 문제였을까. 상대보다 더 못 치기도 했고, 더 못 던지기도 했다. 거꾸로 그나마 무엇은 나았다는 말일 텐데, 그런 건 없었다. 투-타의 불균형이었다. 강한 투수를 못 이기는 타자, 강한 타자를 못 이기는 투수. 그것이 김인식호가 2017 WBC에서 보여준 한국야구였다.
이스라엘을 A조 1위로 이끈 제리 웨인스타인 감독이 밝혔듯, 단기전은 투수 싸움이다. 상대 투수가 워낙 잘 던졌다”라고 입을 모았다. 구속, 구위 등 차이가 났다.

부러움도 섞인 시선이다. 새로운 에이스의 부재는 한국야구의 과제다. 프리미어12 준결승 일본전을 마친 뒤 김 감독은 극적인 역전승에도 오오타니 쇼헤이(닛폰햄) 같은 에이스가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1년 4개월이 지난 뒤 달라진 건 없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투수가 강해야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10년간 ‘슈퍼스타가 나오지 않았다.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 이후 두려움을 갖게 만드는 투수가 있나. 그런 투수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한국야구의 가장 급한 과제다”라고 말했다.
2017 WBC는 한국야구의 속살을 드러냈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이번 대회에서 위압적인 투수는 단 1명이었다. 지금은 KBO리그에서 뛰지 않고 있는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었다. 공교롭게 그를 더 빛내준 무대가 됐다.
10개 중 3개만 잘 치면, 3할타자가 된다. 하지만 단기전에 타율은 의미가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공격의 날카로움은 예년보다 떨어졌다. 대만전도 확실히 승기를 잡을 찬스를 놓치면서 스스로 난제를 만들었다.
추신수(텍사스), 김현수(볼티모어),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미네소타) 등 메이저리거가 합류할 경우 무게가 더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표팀은 28명의 선수로만 이뤄진 게 아니다. 층이 두꺼워야 한다. 좋은 공을 칠 수 있는 좋은 타자가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3할타자가 넘치는 KBO리그는 타고투저로 뒤덮여있다.
야구계는 비통한 심정이다. 그러나 새로울 건 없다는 반응이다. 예견된 참사라는 것. 다른 의미의 버블현상이다. 아프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렇게라도 드러난 게 다행이다”라고 했다.
근시안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손을 댈 곳도 많다. 처음부터 새로 시작이다.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한국야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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