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기업계열 금융회사 절반 신용거품 빠지니 등급하락
입력 2017-03-09 17:56  | 수정 2017-03-09 21:45
# 2011년 2월 효성그룹 계열사인 진흥기업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채권단에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시공능력 43위 중견 건설업체였던 진흥기업은 만기도래 어음 190억원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냈고 채권단과 효성의 지원으로 간신히 최종 부도를 면했다. 당시 효성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해 3월 LIG그룹 또한 LIG건설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결정하면서 대기업들이 이른바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 금융사들의 자체 신용등급을 들여다 본 결과 진흥기업이나 LIG건설 사례처럼 모기업이나 계열사가 '꼬리 자르기'에 나설 경우 금융사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매일경제신문이 올해 들어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가 공개한 금융회사별 '자체 신용도'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40%가량이 정부 또는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한기평이 장기 신용등급을 부여한 금융회사는 총 74개로, 이날까지 자체 신용도가 공개된 금융회사는 44개(60%)다. 이 가운데 최종 신용등급과 자체 신용도가 동일한 금융회사는 8개(11%)에 불과했다. 나머지 36개 금융회사(49%)는 최종 신용등급보다 1등급 또는 2등급 낮은 자체 신용도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74개 금융회사 가운데 절반가량이 '신용 거품'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꼬리 자르기 여파로 발생하는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기업들의 자체 신용도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 민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고 내년부터는 일반 기업으로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 본래 자체 신용도는 신용평가 방법론상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개념이지만 그동안 신용평가서에 기술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결과 한국씨티은행(신용등급 AAA)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신용등급 AA+)은 계열과 정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면 신용등급이 두 단계씩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11개 은행은 정부 지원 가능성을 제외하면 신용등급이 전부 한 단계씩 떨어졌다. 롯데캐피탈, KB캐피탈, 하나캐피탈 등 14개 할부·리스 업체도 계열 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경우 신용등급이 지금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과 SK증권 등 6개 증권사와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등 5개 카드사도 최종 신용등급보다 낮은 자체 신용도를 받았다. 양승용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과거 계열사 간 꼬리 자르기 이슈가 나오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계열 지원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은 신용등급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자체 신용도는 유사 시 계열 지원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은 자체 펀더멘털에 기반한 신용도로 계열의 비경상적인 지원이 신용등급에 얼마나 반영되었나 알 수 있는 지표"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신용평가사들은 개별 기업의 자체 신용도를 평가한 이후 계열 및 정부 지원 가능성을 감안해 최종 신용등급을 결정한다. 세부적인 평가요소는 신용평가사별로 상이하지만 계열 지원 가능성을 검토할 때는 '지원 능력'과 '지원 의지'를 함께 고려한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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