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당국의 천문학적인 벌금 부과로 인해 벼랑끝에 몰린 도이체방크가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으로 12조원대 자금을 수혈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5일(현지시간) 80억유로(약 9조8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획을 발표하는 동시에 사업재정비를 통해 향후 2년에 걸쳐 20억유로(약 2조4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3일 종가 기준 19.14유로에서 39% 할인된 가격에 신주 6억8750만 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에 나서 80억유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도이체방크의 핵심자본비율을 작년 11.9%에서 14.1%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도이체방크는 향후 자본비율을 13%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자화사인 도이체자산운용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소수지분을 매각해 20억유로를 추가로 조달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존 크라이언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우리는 더 단순하고도 강하고 성장하는 은행을 만들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증자를 통해 우리의 재무여건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도이체방크는 독일에서만 4000개, 전세계적으로 1만개 일자리를 줄이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사업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기존 방만한 조직을 4개 사업부문으로 줄인데 이어 최근 이를 다시 3개부문으로 줄였다.
도이체방크는 2005∼2008년 미국에서 주택저당증권(MBS)을 부실 판매한 혐의로 수년간 조사를 받았고, 작년 미국 법무부와 과징금과 소비자 구제안으로 총 72억달러(약 8조40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또한 미국과 영국의 금융당국은 지난 1월 러시아의 자금세탁을 방조한 혐의로 도이체방크에 벌금 6억3000만달러(약 7350억원)를 부과했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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