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중국은 연일 사드 배치를 꼬투리 잡아 한국 기업에 치졸한 보복을 감행하고 있다. 수교 25주년 맞은 한중 관계는 사상 최악의 상태로 꼬여 버렸다. 이럴 때일수록 국론을 모아 중국의 보복에 당하고 있는 한국 기업을 국민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매일경제신문은 외교·경제 전문가 5명으로부터 한중 간 사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꼬투리 잡아 각종 보복을 하는 것 자체가 '중국에도 손해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기회에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교역 상대국을 다변화하는 형태로 수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국제기구를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중국이 취하는 일련의 조치가 한국과 맺은 양자 협정에 위배되는지를 파악하라고 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한중 간 교역 구조를 보면 중간재 부품이 많다"며 "만일 양국 간 중간재 교역이 줄어들면 이는 중국에도 피해가 간다는 사실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제3국으로 수출하는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한국산 중간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드 보복이 확대될 경우 중국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음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중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은 최근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은 "교역 상대국 다변화 차원에서 북미와 유럽연합(EU), 신흥국 시장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기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중장기 전략이라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차이나 리스크는 미·일과 공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일본과 통화스와프 연장을 논의하다가 협상이 중단됐는데 다시 진행할 수 있는지 보고, 미국과 교역량을 늘리면서 적극적인 경제 공조를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은 "지금은 누가 보더라도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지는 형국'"이라며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기 때문에 이 경로로 엄중히 항의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비춰봐도 불합리한 조치들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한국 정부는 일관되게 사드 배치 입장을 고수하면서 통상 분야는 대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면서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는 무기가 아니라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는 체계라는 점을 중국 측에 설명하고 설득하라"고 조언했다. 유 전 장관은 "중국은 과거 일본과 필리핀 사례처럼 다른 나라가 자국 이익과 배치되는 결정을 내렸을 때 버릇처럼 경제보복을 해왔다"며 "이런 행동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자유무역주의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한 말과 배치되는 것이고, 대국의 자세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은 가동 가능한 전 채널의 '소통'을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중국이 원하지 않더라도 계속 소통을 하자고 제의하면서 중국에 공을 넘겨야 한다"며 "실무진부터 장관, 권한대행까지 중국 측에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는 것이 아닌 북핵 위협에 대비한 자위적 조치'라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걱정하는 것은 단순한 사드 배치를 넘어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편입되는 것인데, 이런 뒷배경을 확인하려는 노력과 그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울러 미국을 활용해 사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 전 장관은 "사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동북아 안보전략적 문제라는 측면에서 양국 간 담판이나 협의가 필요하다"며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에 올 때 이런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틸러슨 장관으로 하여금 사드에 관한 한국의 입장을 중국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도 "사드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외교 문제로도 확대됐기 때문에 미중 관계 틀 안에서 원만히 해결해야 한다"며 "한국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기보다는 미국을 통해 중국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미 FTA도 미국과 한국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적극 설명해 미국과의 관계를 보다 돈독히 만들어야 한다"고 첨언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드 보복을 했다고 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똑같이 맞대응하는 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전 장관은 "한국은 자유시장경제에 기반해 세계화 혜택을 입으며 성장한 나라"라며 "중국의 치졸한 조치에도 일단 의연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공식 항의에 대한 중국의 대응수위를 보면서 '증거'를 축적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중국 기업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을 검토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규식 기자 / 김세웅 기자 / 나현준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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