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남재건축에도 春風…사상최고가 대열 속속 합류
입력 2017-03-05 15:26 

"끊겼던 투자 매수 상담이 줄이어 들어오니 봄이 오긴 온 모양입니다. 1월만 해도 주말 문의가 전혀 없었는데, 2월엔 2~3건 정도로 늘더니 이달 첫 주말엔 4건이나 들어오네요." (강남 개포동 A공인 관계자)
"급매물도 안팔렸는데 이제는 호가가 1주 새 500만~1000만원 정도 올랐습니다. 지난 달부터 하나 둘 거래가 되는 중입니다." (서초 반포동 B공인 관계자)
'11·3부동산시장 안정화대책'에 이은 계절적 비수기·대출규제로 긴 겨울을 지내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1월 초만 해도 한 달 내내 주말 투자조차 없을 정도로 거래가 꽁꽁 얼어붙었던 강남 개포동과 서초 반포·잠원동 일대가 봄을 맞아 '해빙' 무드에 들어오는 모양새이다.
5일 본지가 KB부동산·부동산114·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시세 정보를 분석한 결과 강남 개포시영·주공1단지와 서초 반포 현대·신반포14차 등의 매매 가격은 정점이었던 지난해 10월말 11·3대책 직전 수준을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강남구에서는 개포시영 전용 51㎡형의 매매 가격이 현재 10억4000만원 선으로 형성돼 있다. 전고점이던 지난 해 10월말 9억9000만원 선이던 것이 11·3대책 이후 하락세를 타면서 올해 1월 들어 9억7000만원 선까지 내려앉은 바 있다.
인근 개포주공1단지 역시 전용 42㎡형은 10억3500만원 선으로 전고점인 지난 해 10월 말과 같은 수준이다.이후 내리막을 타면서 올해 1월 9억7000만원으로 바닥을 쳤지만 최근 들어 10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반포현대 전용 84㎡형의 매매 가격이 현재 8억8500만원, 잠원동 신반포 14차 전용 104㎡형은 13억1000선으로 입주 이후 가장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단지의 공통점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이라는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강남구 개포시영은 올해 개포지구에서 가장 먼저 일반 분양을 할 계획이다. 개포주공1단지는 5~6월께 조합총회를 거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서초구 반포현대의 경우는 올해 1월 말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면서 올해 안으로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가능해진 데다 기존의 계획보다 집을 추가로 더 지을 수 있게 되면서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신반포14차 역시 재건축을 위한 정비계획안이 지난 달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상태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요즘 강남권 재건축 장의 '뜨거운 감자'다. 재건축을 통해 통상적인 주택 가격 상승분을 넘어서는 이익이 생기는 경우 국가가 조합원으로부터 초과 이익의 일정 부분을 돌려받는다는 것이 제도의 내용이다.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사업장은 내년부터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되더라도 적용받지 않는다. 최근 송파 잠실·서초 반포 일대에서는 재건축 조합들이 서울시의 35층 층수 제한을 수용하는 방법을 검토해가면서 관리처분인가를 위해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나홀로 재건축'에 대한 매수 문의가 늘었다는 점도 새로운 대목이다. 반포현대는 서초구 아파트 중 가장 작은 규모의 단지로 통한다. 반포현대와 신반포14차는 총 가구수가 각각 80가구, 178가구로 총 가구수가 300가구 이하이다. 나홀로 아파트는 통상 실수요 측면에서는 대단지에 비해 커뮤니티·편의시설이 부족하고, 투자 수요 측면에서는 일반분양분이 대단지 재건축에 비해 적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떨어진다.
잠원동 C공인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단지는 조합원간 이해조정이 쉬워 재건축 속도가 빠른편"이라며 "이런 장점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회피에 유리하다며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사실상 불가능한 단지들은 아직 전고점에 못미치는 상황이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와 압구정동 현대의 경우 서울시의 35층 층수제한을 두고 시와 조합·강남구청이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호가가 다소 올랐지만 투자 목적의 매수 문의는 뜸하다. 대치동 D공인 관계자는 "겨울방학인 1~2월 교육 이주 수요 등으로 거래가 이뤄지기는 하지만 투자 측면은 다르다"며 "조합이 내건 49층 안에 대한 기대감 속에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는 반면 투자자들은 관망세"라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 전용면적 76㎡형의 매매 시세는 11·3대책 이후 저점을 찍은 1월 말(11억5000만원 선)에 비해 현재 11억7000만원 선까지 올랐지만 전고점(지난 해 10월 말, 12억5000만원)은 회복하지 못했다. 압구정동 현대3차 전용면적 83㎡형은 지난 해 10월 말(16억원)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면서 이달 들어서는 15억7000만원 선까지 내려왔다. 지난 4일 신탁방식 재건축 추진 설명회를 열었지만 당장 사업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신반포2차 전용 79㎡형은 지난 해 10월말 12억8000만원 선이던 것이 내림세를 타면서 현재는 12억원 선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강남 재건축 시장 안에서도 '양극화'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 센터장은 "강남권 재건축은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불확실성과 대출규제 등을 고려하면 투자 심리를 자극할 이슈로 별다른 것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초과이익환수제 부활'변수를 감안해 사업속도에 따라 시세의 방향이 엇갈릴 공산이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치동 구마을 1지구와 경기 과천주공 6단지 사례처럼 이미 관리처분인가 등이 끝난 경우라 하더라도 조합 내부 갈등으로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식의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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