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술먹고 택시에서 사라진 내 카드값 15만원의 정체는…
입력 2017-03-03 15:16  | 수정 2017-03-04 15:38

#광란의 술자리 후 인사불성으로 집에 돌아온 A(25)씨는 카드내역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여의도에서 신촌까지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택시비 15만원이 결제된 것. 야밤에 카드사로부터 걸려온 의문의 부재중 전화 2통 기록도 있었다. 처음에는 신용카드 분실을 의심했으나 카드는 버젓이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술에 취해 쓰러져 집에 어떻게 왔는지 모르는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과도한 음주로 택시에 토사물·소변 등과 같은 실례를 하는 경우 A씨와 같은 일을 겪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법률적으로 이같은 행위는 일종의 영업방해 행위로 간주해 택시기사에게 세차비 영업비용 등을 많게는 15만원까지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택시 운송조합은 택시 안에서 승객이 구토를 하게 되면 최대 15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오염된 차를 청소하는 비용에 청소에 드는 시간 때문에 택시기사들이 약 하루 정도 영업을 하기 힘든 것에 대한 보상 비용을 더했다. 즉 15만원은 택시가 오전 9시30분부터 배차를 받아 10시간가량 일했을 때 벌 수 있는 비용을 대략적으로 계산한 것이다.
카드사들은 갑자기 많은 택시비가 결제된 경우 이를 비정상적인 카드거래로 판단, 분실 등을 의심해 고객에게 확인전화를 거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예컨대 해외 직구를 시작하며 갑작스럽게 많은 돈이 해외사이트에서 결제된 경우, 소액위주 사용자가 갑자기 일시불로 50만원 이상의 금액을 긁은경우 등이라면 새벽에도 카드사 직원의 확인전화를 받아볼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잘못된 결제가 발생할 경우 그 부담은 카드사가 고스란히 안게 된다"며 "새벽 당직 직원을 항상 두는 등 감시가 소홀한 시간에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사의 결제확인전화를 보이스피싱으로 간주해 수신거부하는 경우도 많아 막상 고객과 통화가 안되는 경우가 다수 있어 업계는 고민하고 있다. 특히 해당 사례같이 인사불성에 전화 자체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대신 뒤늦게 카드대금을 확인하고 카드사 콜센터에 전화해 항의하는 소위 '뒷북항의'가 늘고 있어 카드사 콜센터 직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같은 '택시 구토세' 약관이 생긴 것은 2015년 2월로 일반 승객들은 해당 내용이 익숙하지 않아 뒤늦게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콜센터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카드사 콜센터 관계자는 "다짜고짜 택시비를 사기 당했다며 욕을 하는 등 점잖지 못한 방법으로 카드사에 항의하는 전화가 늘어났다"며 "그 경우 카드사 과실이기 보다는 술김에 정당하게 낸 자신의 벌금일 수 있으니 다시 한 번 확인해보는것이 좋다"고 말했다.
카드사는 이같이 고객과 실랑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카드가 긁은 택시번호를 추적해 택시회사 등을 통해 기사에게 연락을 취한다. 운전기사와의 연락을 통해 세차 내역과 손님의 의사로 카드값을 긁었는지 등에 대해서 확인하면 최종적으로 카드결제 승인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운전기사가 카드를 갈취해 임의로 결제하기보다는 손님에게 동의를 얻어 카드를 긁는 경우가 많아 카드사로서 이를 보상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만취상태일 경우 몸을 가누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빨리 집에 들어가거나 상황을 벗어나고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최대 벌금 15만원 결제에 쉽게 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택시기사 역시 손님의 의사를 재차 확인하거나 녹취해두는 등의 확실한 조치를 취한다면 불필요한 시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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