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선거는 이미지야'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리에도 치밀하게 준비된 이미지 구축 작업이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거친 아웃사이더 대통령'의 이미지를 다져갔다.
그는 한 벌에 1000만원을 호가하는 브리오니 고급 정장을 일부러 헐렁하게 형편없이 연출하면서, 반질반질한 촌스러운 넥타이를 고집했다. 이는 미국 중산층이 가장 풍요로웠던 1980년대 월스트리트를 떠올리게 하면서 그의 거침없고 반항적 이미지를 배가시켰다. 소매를 걷고 몸에 착 달라붙게 정장을 입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 차별성을 강조하며 정권교체 의지도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애용했던 야구모자는 저소득의 백인 노동자들에게 "내가 당신 편"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자신의 슬로건을 적어넣은 빨간색 모자는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트럼프 팬덤의 상징이 됐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말투, 쉬운 단어 사용, 크고 호전적인 표정과 제스처도 억눌리고 화난 자신의 지지층을 정확히 분석해서 나온 맞춤형 전략이었다. 트럼프는 막말과 여성비하, 인종차별 등 각종 악재에도 한번도 자신의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거친 아웃사이더 대통령' 이미지에 부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일관된 이미지 구축과 강화 작업은 '샤이 트럼프'를 결집시키며 막판 놀라운 반전을 이뤄냈다.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은 "대선후보 이미지는 본인의 원래 모습에서 흘러나오지만 약간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며 "자기에게 어울리고 시대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일관되게 밀고 가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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