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국판 테슬라 꿈꿨지만…맥못추는 기술株
입력 2017-03-01 17:19  | 수정 2017-03-01 20:07
금융당국이 지난해 기업 신규 상장(IPO) 문턱을 크게 낮춰 '한국형 테슬라'를 육성하겠다고 나섰지만 기술특례 상장기업들의 실적과 주가는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년에 상장한 10곳 중 9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싸늘하게 식고 있다. 여기에 올해부터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는 '한국형 테슬라' 요건이 본격 도입되면 오히려 코스닥의 질적 저하 때문에 전체 주식시장 활기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1일 매일경제신문이 기술특례 상장기업 37곳의 영업이익과 주가 수준을 분석한 결과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2015년) 대비 흑자전환했거나 이익이 개선된 곳은 5곳(1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특례 상장은 수익성은 크지 않으나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기준을 완화해 주는 제도로 2005년 도입됐다. 이후 37곳이 상장했다. 올해는 무려 30여 곳이 기술특례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테슬라 요건의 모태가 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2010년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지난달 27일 주가가 246.23달러로 공모가(17달러) 대비 14.5배나 상승했다. 국내에선 테슬라만큼 주가가 오른 특례 기업은 없다. 2005년 12월 상장한 바이로메드가 공모가 대비 6.3배 오른 게 최고치다.
37개 종목 중 20곳은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상장한 10개사는 큐리언트 1개사를 제외한 모든 종목이 공모가를 하회해 싸늘한 시장 분위기를 반영했다. 이들 10곳의 공모가 대비 지난달 28일까지 주가 등락률은 평균 -25.9%다. 이는 제약·바이오 업종이 대다수인 기술성장기업 특성상 영업손실이 장기화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37곳 중 잠정 실적을 공시한 기술성장주 27개사에서 20개사가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직 잠정 실적을 공시하지 않은 10개사 중 7개사가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중 5개 기업은 상장 이후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술성장기업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도 상장폐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인트론바이오(326.20%) 펩트론(138.10%) 에이티젠(90.90%) 등과 같이 공모가 대비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도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을 실현한 기업이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보니 증권사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37곳 중 27곳(72%)은 지난 1년간 리서치센터에서 단 한 건의 매수 추천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거래소는 기술평가 기간을 6주에서 4주로 단축하는 등 특례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홍순욱 거래소 코스닥상장유치부장은 "기술특례 상장의 기본 이념은 당장의 실적보다는 장기적 관점을 갖고 성장성에 투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코스닥 제약 업체 대표는 "상장심사위원회와 기술평가 기관이 그때그때 풀(Pool) 방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심사의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상장기업 수만 늘리기보다는 좋은 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성장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다 보니 정작 미래가치가 기대되는 기업은 특례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으려 하고 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대신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선택했다.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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