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무거운 마음으로 탄핵 찬반집회를 주시했다. 박 대통령은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 태극기 집회와 촛불집회 상황을 TV를 통해 지켜봤다고 한다. 한광옥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도 모두 비상근무 체제를 이어가며 여론에 귀를 기울였다.
일단 청와대 참모들은 이날 두 집회에 대해 언급을 삼갔다. 한 관계자는 "국론이 갈라지는 상황에 대해 엄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이날 집회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할게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로서는 여론 추이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탄핵 재판에 국민여론이 꽤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일부 참모들은 집회 규모 등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참모들은 이날 오후 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우호적인 여론조성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한 참모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변론을 마치고 평의에 돌입한 만큼, 남은 기간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방안에 대해선 신중론이 우세하다. 특별검사 조사가 불발된데 이어 헌재 출석까지 무산돼 자칫 장외 여론전만 펼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리인단이 개별적으로 박 대통령 입장을 피력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측 한 관계자는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 자체가 위법한 상황"이라며 "이에 더해 탄핵사유 역시 부당한 만큼 탄핵안은 기각되거나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야권은 3·1절 태극기 집회를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이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에 감사 메시지를 전한 것을 두고 "지지층을 선동하고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때 축하편지를 보내준데 대한 답례로 감사편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편지를 통해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백만통의 러브레터'를 잘 받았으며 잘 읽었다.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야당은 "탄핵반대 집회 총동원령을 내린 것 같다"며 반발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 통합에 대한 우려가 큰 시점에 불에다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옹호세력을 총동원해 탄핵반대를 위해 싸우라고 지시하는 국론분열 행위로, 참으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힐난했다.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박사모에 감사편지를 보낸건 탄핵반대 관제 데모에 더 많이 나오라는 총동원령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생일 편지나 선물이 오면 항상 감사의 뜻을 전달해 왔다"며 "이번에도 그런 차원의 감사 메시지이지 특별한 정치적 의미가 담긴건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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