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60개 계열사 `각자도생`
입력 2017-03-01 10:03  | 수정 2017-03-01 13:21
[사진=연합뉴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이 전날 해체됨에 따라 삼성의 60개 계열사는 1일부터 자율경영, 독자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사실상 그룹의 해체라는 게 삼성측 시선이다.
삼성전자·생명·물산 등 3대 주력 계열사가 '대관 업무'를 제외한 미전실의 다른 기능을 승계한다. 하지만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만큼 예상치 못한 업무상 공백이나 혼란 등이 발생할 여지는 많아 보인다.
먼저 삼성이라는 통일된 브랜드 이미지 약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삼성그룹 이름으로 관리되던 홈페이지, 블로그 등은 모두 사라진다.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활동도 없앤다.
삼성 계열사간 누렸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삼성중공업 처럼 경영난을 겪는 계열사들은 그룹 차원의 지원이 사라져 뼈를 깎는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그룹 차원의 업무조정 기능이 폐지되기 때문에 일부 계열사 간의 중복투자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한 계열사가 비밀리에 차세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다른 계열사가 똑같은 분야에 뛰어드는 일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입사원 채용도 앞으로는 계열사가 필요에 따라 알아서 뽑는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전체적인 규모가 줄고,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배려 폭도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매년 1만명 이상의 신입·경력 사원을 뽑아왔다. 미전실이 각 계열사로부터 인력 수요를 취합한 뒤 공채 인원수를 결정했다. 청년 취업난 해소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필요 인원보다 많이 뽑아왔다는 게 한 삼성 관계자의 말이다.
또 지방대 출신 선발 비율이나 채용 시 사회적 약자 배려 등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모든 계열사에 제시하는 역할 등도 수행했지만, 앞으로는 시험성적이나 명문대 출신만 우대하는 풍토가 계열사들 사이에 자리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 계열사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가다 보면 단기 실적에 쫓겨 중장기 사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규모 투자를 하게 되면 당장 영업이익이 내려간다. 전문경영인 입장에서 신규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고, 이런 점에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계열사 경영진단 기능의 약화도 우려된다. 그동안 미전실 경영진단팀은 계열사 경영상황을 혹독하게 파헤치고 엄밀히 분석해 문제점과 방향성 등을 제시해왔다. 이제는 각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정경유착 차단을 위해 미전실을 해체함으로써 얻는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고, 반면에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며 "향후 계열사들이 그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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