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최원영(본명 최성욱·41)은 어떤 역할이든 충실하게 해내는 배우다.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화랑'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는 시대와 캐릭터를 오갔다. 그를 단순히 작품의 감초나 신스틸러로 구분 짓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잔인한 악역을, '너를 기억해'에서는 아동 학대의 아픔을 가진 사이코패스로 열연했다. 무표정한 얼굴에 타인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너를 기억해'의 이준호 역할은 아직도 많은 이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준호는 선의에 따라 행동하고 도덕적인 기준도 있었어요. 하지만 아동 학대라는 지점에서 삶이 자연스럽게 돌아가지 못했던 인물이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이코패스의 의식을 오히려 의식하면 '연기한다'는 티가 나는 거였어요.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힘들었죠. 마지막엔 제가 저인지, 이준호인지 혼돈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는 작품에서 앙상블이 중요하다고 했다. 함께하는 배우 중 한 명이 때로는 어설퍼도 호흡이 좋다면 무리 없이 작품이 순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는 혼자 '정답'을 만들 수 없었다. 미묘한 호흡 사이에서 다른 배우의 서사에 맞닿아야 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무엇이라고 정의 내릴 수 없는, 사람이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직업 유형이 배우인 듯해요. 재밌고 사라지지 않는 직업 아닐까요?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계속 이어질 일일 것 같죠. 사람과 사람이 가장 밀접하게 교류하는 일이에요. 실연자로서 재밌으면서 고통스럽지만 언제나 즐겁죠."
최원영은 서른 살이 넘어 연기를 시작했다. 데뷔 때부터 늦은 나이에 연기한 질문을 받았다. 시간이 갈수록 작품이 쌓였고, 경험도 늘었다. 그는 "(차)인표 형도 서른 살에 연기를 시작했다"며 나이와 배우에 밀접한 관련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삶의 태도에는 말의 무게를 실었다.
"느지막하게 시작하는 배우들도 매우 많죠. 제가 서른 살에 데뷔한 게 특이할 수는 있지만, 이상할 것은 없어요. 스스로 생각하기 나름인 거죠. 나이 듦의 미학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이죠. 나이가 들어 표현력이 좋아지지만, 젊음은 잃어요.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걸 싫고 두려워하는 것보단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하죠."
최원영은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서 받은 기자들의 명함에 작은 메모들을 써놨다. "끄적이면서 메모를 좋아한다"고 말한 그는 명함에 주고받은 대화를 간략히 적어놨다. 다음에 마주칠 때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어디서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작은 것이지만, 서로 인사라도 하는 게 중요하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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