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딜로 재무구조 개선하는 상장사 주가 好好
작년 6월 이후 대형 딜 2조6천억 성사...실적 부진 종목은 주의해야
[증권투자 비밀수첩-122] 최근 시간외 주식 대량매매를 뜻하는 '블록딜'과 관련해 재무구조 개선이 나타나는 종목들의 주가 수익률이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저평가 턴어라운드 종목은 블록딜 이후 현금 확보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통해 주가가 상승하면서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장 가치가 다해 블록딜 대상으로 나온 종목이나 블록딜을 통해 실질 기업가치 상승 효과가 적은 상장사는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대신증권이 작년 하반기 이후 이달 22일까지 규모 1000억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의 대형 블록딜을 조사한 결과, 모두 12건이 진행돼 전체 규모가 2조5938억원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 976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2월·1조2000억원)보다 다소 줄어든 수치다.
블록딜은 일반 주식시장 거래 시간이 아닌 시간외로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대량으로 팔 때 정해진 가격으로 한 묶음에 파는 기법이다.
일정한 수의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묶어 한꺼번에 일정 수준 할인된 가격으로 파는 기법. 대량 매물로 인한 주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장 전후에 시간외 거래로 진행된다. 이 같은 블록딜은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량 매물을 받아줄 기관투자가나 기업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통상 실적이 받쳐주는 기업이 블록딜에 나선다.
작년 하반기 이후 포스코, 현대차, 두산중공업은 자신이 보유한 다른 상장사 주식이나 자사주를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시켰고 이것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와 달리 현대미포조선과 삼성물산은 블록딜 이후 주가가 하락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블록딜 매도자 입장에선 곧바로 현금확보가 가능해 재무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현재 저평가 여부, 지배구조 관련, 최근 실적에 따라 관련 종목의 향후 주가 움직임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각종 블록딜과 부진 사업 구조조정으로 현금을 확보해온 포스코는 작년 11월 22일, 보유 중인 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 주식에 대한 블록딜에 성공했다.
이들 주식을 팔아 하루 만에 2649억원을 확보한 포스코는 공시를 통해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자산 매각에 나섰다"고 밝혔다. 외국인은 블록딜 이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 이날 이후 15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현대차도 같은 이유로 보유 중이었던 한국항공우주(KAI) 지분 4.85%(473만주)를 작년 11월 23일 블록딜로 매도했다. 자세한 세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현대차가 3000억원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시를 통해 현대차는 매각 이유로 "자동차 산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블록딜로 나온 KAI 주가가 이후 이달 22일 까지 14.6%나 하락했으니 현대차는 당시 블록딜로 자사 가치를 높인 셈이다. 현대차 주가는 같은 기간 11.6%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현금이 부족한 기업도 아니고 당시 블록딜로 KAI 지분 전량을 털어낸 것은 KAI 주가가 더 이상 오를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에서 나온 전략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금이 절실했던 두산중공업은 작년 6월 2일 보유 중인 자사주 731만주를 팔아 1616억원을 확보했다. 이와 별도로 두산중공업은 각종 원가 절감과 자산·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한 재무구조를 개선해왔다. 이를 통해 순차입금 규모가 확 줄었다. 작년 말 순차입금은 8조8352억원으로 2015년 말 10조1593억원보다 1조3241억원 감소했다. 2015년 말 280%가 넘던 부채비율도 작년 말 260%대로 낮췄다.
KAI처럼 블록딜 매도자(현대차)가 전량 매도에 나서며 '이별'을 하는 경우 대상 종목의 주가에 부정적이지만 일부 지분을 판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지난달 4일 신한금융지주 주요 주주인 프랑스계 금융기관 BNP파리바가 블록딜로 보유 중인 신한지주 지분 1.8%(3700억원 추정)를 글로벌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 넘겼다. 이를 통해 블랙록이 신한금융지주 2대 주주가 됐다. 다음날인 5일 주가는 전날 보다 4%나 하락해 올 들어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충격은 단기에 그쳤다. 이날 이후 이달 22일 까지 주가는 5% 올랐다. 작년 신한지주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2015년보다 모두 늘어난 데다 이번 블록딜 이유가 BNP파리바의 차익 실현 목적인 것으로 드러나 신한지주 기업 가치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삼성물산과 현대미포조선은 작년 하반기에 각각 제일기획(2675억원)과 KCC 지분(1421억원)을 매각했지만 이후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당시 블록딜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축인 삼성물산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제일기획을 삼성전자에 넘긴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증권가 관계자는 "제일기획 주가가 블록딜 이후 12%나 오르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싸게 넘긴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며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있어 블록딜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글로비스 사례만 봐도 블록딜 매물로 나오면 단기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블록딜 배경과 해당 기업의 실적 수준을 면밀히 따져 관련 종목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년 6월 이후 대형 딜 2조6천억 성사...실적 부진 종목은 주의해야
[증권투자 비밀수첩-122] 최근 시간외 주식 대량매매를 뜻하는 '블록딜'과 관련해 재무구조 개선이 나타나는 종목들의 주가 수익률이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저평가 턴어라운드 종목은 블록딜 이후 현금 확보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통해 주가가 상승하면서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장 가치가 다해 블록딜 대상으로 나온 종목이나 블록딜을 통해 실질 기업가치 상승 효과가 적은 상장사는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대신증권이 작년 하반기 이후 이달 22일까지 규모 1000억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의 대형 블록딜을 조사한 결과, 모두 12건이 진행돼 전체 규모가 2조5938억원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 976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2월·1조2000억원)보다 다소 줄어든 수치다.
블록딜은 일반 주식시장 거래 시간이 아닌 시간외로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대량으로 팔 때 정해진 가격으로 한 묶음에 파는 기법이다.
일정한 수의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묶어 한꺼번에 일정 수준 할인된 가격으로 파는 기법. 대량 매물로 인한 주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장 전후에 시간외 거래로 진행된다. 이 같은 블록딜은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량 매물을 받아줄 기관투자가나 기업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통상 실적이 받쳐주는 기업이 블록딜에 나선다.
작년 하반기 이후 포스코, 현대차, 두산중공업은 자신이 보유한 다른 상장사 주식이나 자사주를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시켰고 이것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와 달리 현대미포조선과 삼성물산은 블록딜 이후 주가가 하락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블록딜 매도자 입장에선 곧바로 현금확보가 가능해 재무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현재 저평가 여부, 지배구조 관련, 최근 실적에 따라 관련 종목의 향후 주가 움직임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각종 블록딜과 부진 사업 구조조정으로 현금을 확보해온 포스코는 작년 11월 22일, 보유 중인 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 주식에 대한 블록딜에 성공했다.
이들 주식을 팔아 하루 만에 2649억원을 확보한 포스코는 공시를 통해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자산 매각에 나섰다"고 밝혔다. 외국인은 블록딜 이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 이날 이후 15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현대차도 같은 이유로 보유 중이었던 한국항공우주(KAI) 지분 4.85%(473만주)를 작년 11월 23일 블록딜로 매도했다. 자세한 세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현대차가 3000억원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시를 통해 현대차는 매각 이유로 "자동차 산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블록딜로 나온 KAI 주가가 이후 이달 22일 까지 14.6%나 하락했으니 현대차는 당시 블록딜로 자사 가치를 높인 셈이다. 현대차 주가는 같은 기간 11.6%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현금이 부족한 기업도 아니고 당시 블록딜로 KAI 지분 전량을 털어낸 것은 KAI 주가가 더 이상 오를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에서 나온 전략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금이 절실했던 두산중공업은 작년 6월 2일 보유 중인 자사주 731만주를 팔아 1616억원을 확보했다. 이와 별도로 두산중공업은 각종 원가 절감과 자산·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한 재무구조를 개선해왔다. 이를 통해 순차입금 규모가 확 줄었다. 작년 말 순차입금은 8조8352억원으로 2015년 말 10조1593억원보다 1조3241억원 감소했다. 2015년 말 280%가 넘던 부채비율도 작년 말 260%대로 낮췄다.
KAI처럼 블록딜 매도자(현대차)가 전량 매도에 나서며 '이별'을 하는 경우 대상 종목의 주가에 부정적이지만 일부 지분을 판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지난달 4일 신한금융지주 주요 주주인 프랑스계 금융기관 BNP파리바가 블록딜로 보유 중인 신한지주 지분 1.8%(3700억원 추정)를 글로벌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 넘겼다. 이를 통해 블랙록이 신한금융지주 2대 주주가 됐다. 다음날인 5일 주가는 전날 보다 4%나 하락해 올 들어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충격은 단기에 그쳤다. 이날 이후 이달 22일 까지 주가는 5% 올랐다. 작년 신한지주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2015년보다 모두 늘어난 데다 이번 블록딜 이유가 BNP파리바의 차익 실현 목적인 것으로 드러나 신한지주 기업 가치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삼성물산과 현대미포조선은 작년 하반기에 각각 제일기획(2675억원)과 KCC 지분(1421억원)을 매각했지만 이후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당시 블록딜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축인 삼성물산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제일기획을 삼성전자에 넘긴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증권가 관계자는 "제일기획 주가가 블록딜 이후 12%나 오르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싸게 넘긴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며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있어 블록딜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글로비스 사례만 봐도 블록딜 매물로 나오면 단기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블록딜 배경과 해당 기업의 실적 수준을 면밀히 따져 관련 종목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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