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MWC 2017] 진격의 화웨이…신제품 P10 발표회에 500m 줄섰다
입력 2017-02-27 16:01  | 수정 2017-02-28 16:08
화웨이의 P10 [사진출처 = 화웨이]

스페인 바로셀로나시 중앙부 카탈루냐박물관 인근 광장. 하얀색의 각진 돔형 가건물이 웅장하게 서 있다. 건물 중간에 붉은색 화웨이 마크가 선명하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업체가 신제품을 발표하는 자리다. 27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화웨이 신제품 'P10'에 대한 관심이 예상 밖이다. 전날 열린 발표회에서는 입장을 위해 약 500m 가량 줄을 서는 장사진이 연출됐다. 내부 공간이 부족해 아예 300명 정도는 입장이 거부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화웨이 측은 세계 각국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와 기자 등을 합쳐 모두 2000여명 정도가 참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화웨이에 대한 이같은 관심은 '공짜폰' 영향이 컸다. 화웨이는 참석자들 전원에게 신제품 P10과 함께 공개한 화웨이워치를 무료로 제공했다. 대단한 물량 공세다. 그렇다고 제품이 허섭한 것도 아니었다. 홍채인식 등 기대했던 첨단 기능이 없어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무려 2000만 화소 듀얼 카메라는 다른 단점들을 가리기에 충분했다.
화웨이의 이같은 공격적 마케팅은 삼성전자 빈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번 MWC에서 신제품 발표를 하지 않았다. 화웨이 P10 발표일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태블릿 신제품을 발표했다. 참가한 사람 수는 P10 발표회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삼성전자 유럽법인 데이비드 로우스 전무는 "지난 6개월간 우리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갤럭시노트7 사태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발표회장 스크린 오작동으로 기자회견이 지연된 것이나 환경단체 인사의 돌발적 행동 등도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었다. 그래도 갤럭시S 차기작에 대한 사람들 기대감은 컸다. 행사가 끝날 무렵 삼성전자가 오는 3월 29일 미국 뉴욕과 런던에서 갤럭시S8으로 추청되는 스마트폰 신제품 발표를 한다는 일정을 공개하자 참가자들 박수갈채가 터졌다.
이탈리아에서 MWC를 취재하기 위해 왔다는 유튜버 안드레아 갈레아찌(37)는 "매년 MWC에서 발표되는 신제품은 폭발력을 갖고 전 세계에 번져나갔다"며 "화웨이가 영리하게 삼성전자의 빈자리를 메웠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한 기자도 "그동안 MWC에서 신제품을 발표하지 않았던 화웨이가 P10을 전략적으로 MWC에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결과 이번 MWC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화웨이의 P10이 됐다"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내부에서도 이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다. 리찬주 화웨이 제품담당 부사장은 매일경제와 만나 "화웨이 입장에서 가장 신경쓰는 상대는 삼성전자"라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 스마트폰 개발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P10 발표시기, 장소 관련 질문에 리 부사장은 "이번 MWC에 P10을 발표한 이유와 삼성전자의 공백은 관련이 없으며, P10 발표를 위한 개발 진척 상황이 무르익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P10과 같은 날 공개된 LG전자 G6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이 없다"고 했다.

화웨이가 보여주는 '중국 모바일 굴기'가 무서운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리 부사장은 화웨이가 삼성·LG전자 등을 능가하는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의 아주 본질적(Fundamental) 기술에서 괄목할 만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기대되는 발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술이 스마트폰 핵심인 '칩셋'에 대한 협력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아마도(maybe)"라고 답했다. 화웨이는 현재 자체 칩셋 '기린' 시리즈를 P10 등과 같은 프리미엄 제품에 탑재하고 있지만,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퀄컴이나 인텔 등과 같은 칩셋 설계회사와 협력해 기린 프로세서 성능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미 화웨이는 독일 라이카 등과 제휴해 삼성, LG 등 카메라 기술을 포위해 간다는 전략을 신작 P10에서 보여줬다. 리 부사장은 P10의 한국 출시와 관련해 "발매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 시장 공략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조준호 LG전자 사장은 "칩셋이나 운영체제보다 디자인이 중요해지고, 디스플레이, 카메라, 배터리 등을 모아서 통합하고 가공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 강점을 너무 두려워 할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의 신작 부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LG전자도 중국 업체가 신경 쓰이기는 마찬가지다. 조 사장은 "(중국업체들에 비해 LG계열사 생태계가 갖는 강점을) 잘 살린 것이 G6"라며 "이런 부분들은 중국 업체들보다 LG전자가 계열사와 함께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폰 제조에는 핵심적 디자인에 영향 미치는 기술들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런 협력을 갖출 수 있는 역량에서 중국 경쟁사들에 비해 우리가 앞서갈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 =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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