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말레이 당국 `VX 중독` 김정남 사인 공식확인…국제사회 비난여론 확산
입력 2017-02-26 15:08  | 수정 2017-02-27 15:38

김정남은 화학전에서 사용되는 가장 강력한 신경작용제 'VX'에 중독돼 사망했다고 말레이시아 보건 당국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밝혔다. 김정남 피살에 국제기구에서 대량살상무기(WMD)로 분류된 화학무기가 사용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사건의 배후로 꼽히는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타시밤 수브라마니암 말레이 보건장관은 이날 "(김정남의) 시심 부검 결과 신경작용제 VX가 심각한 마비를 일으켜 피해자를 아주 짧은 시간 내 사망케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VX에 고용량으로 노출될 경우 피해자가 매우 빨리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현지 경찰 당국이 김정남의 시신을 분석한 말레이시아 화학청의 잠정 보고서를 토대로 김정남의 얼굴과 눈에서 VX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내용을 보건 당국이 최종 확인한 것이다.
말레이 당국은 화생방 방어구로 중무장한 요원들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투입해 VX 잔류 독소가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대대적 수색과 제독 작업을 펼쳤다고, VX 잔류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공항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번 사건에 쓰인 독극물인 VX 신경작용제가 자국 내에서 제조됐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쿠알라룸푸르 시내 한 콘도를 수색해 화학물질 샘플과 이를 취급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이는 다수의 장갑·신발·주사기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이미 체포된 북한 국적 화학전문가 리정철의 거처와 멀지 않은 이 장소가 김정남의 목숨을 앗아간 VX가 제조된 곳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 내에서도 북한과의 '단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김정남 피살에 발뺌으로 일관하며 수사 협조를 거부하는 북한 대사관의 행태를 용납키 어렵다는 강경한 발언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즈리 압둘 아지즈 말레이시아 문화관광부 장관은 25일 한 행사에서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는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의 지난 발언에 이은 강경한 발언이 이어졌다. 말레이시아의 국방부·교육부·주택부 장관들도 대북 성토 발언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 행태와 화학무기 사용의 문제점을 국제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7~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34차 유엔 인권이사회 및 제네바 군축회의 고위급 회기에 참석해 북한 인권과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우려를 표명할 예정이다. 북한은 지난 2년 연속 당시 외무상이던 리수용을 인권이사회로 보내 북한 인권 문제를 방어해왔다. 올해 인권이사회에 현 북한 외무상 리용호가 참석한다면 김정남 피살 사건 후 남북 외교 수장의 첫 조우가 이뤄질 수 있어 주목된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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