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연금 들면 금융사 대표상품으로 굴려준다
입력 2017-02-24 16:03  | 수정 2017-02-24 17:21
금융위, 내년 '디폴트 옵션' 도입…복잡한 개인연금 선택 고민덜고 수익제고 기대
4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5년 전 덥석 가입한 개인연금 때문에 고민이다. A씨는 보험설계사인 친지 요청으로 비과세 연금보험에 매달 30만원, 증권사에 다니는 친구 부탁으로 연간 400만원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펀드에 매달 30만원을 붓는다. 하지만 두 상품의 수익률이나 수수료가 얼마인지, 은퇴 후 실제 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A씨는 "한국이 저성장으로 접어들면서 연금자산을 해외로 분산 투자해야 한다고 하는데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전문가가 알아서 관리하고 예상 연금수령액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급격한 고령화를 맞아 노후 준비 차원에서 개인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복잡한 상품과 판매채널 때문에 고민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 10월부터 개인연금을 총괄하는 개인연금법이 제정·시행돼 다양한 연금상품의 수익률과 수수료 예상연금액 등을 하나의 계좌로 통합관리할 수 있게 된다. 또 연금 가입자가 별도 상품을 선택하지 않으면 금융회사별 대표 연금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는 제도를 도입해 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24일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개인연금법 제정안 공청회'에서 △'디폴트옵션(Default Option·대표 상품 자동 가입)' 제도 도입 △투자일임상품 허용 △통합관리계좌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인연금법 제정안'을 오는 5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9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이르면 내년 4분기부터 개인연금법이 시행된다.

김기한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개인연금은 기본적으로 50세 이후 5년 이상 적립금을 분할 수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디폴트옵션 도입이나 투자일임형 상품 허용 관련 세부 내용은 국회 법 통과 이후 시행령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인연금 법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디폴트옵션 도입이다. 디폴트옵션은 연금 가입자가 별도 상품을 선택하지 않으면 금융회사별 대표 연금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는 제도다.
개인이 운용 권한을 갖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 발달한 미국, 호주 등에서 가입자의 운용능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했다. 2006년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미국은 DC형 퇴직연금 가입 기업의 86%가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선택한다. TDF는 연금 가입자의 생애주기별로 주식·채권·대체 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자산배분형 펀드다.
또 금융위는 현재 보험·신탁·펀드 등 기존 3가지 연금상품 외에 투자일임형을 허용해 연금자산의 적극적인 자산 배분과 포트폴리오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2001년 현행 연금저축제도가 도입된 지 15년 만에 일임형 연금이 허용되는 것이다.
일임형 연금이 도입되면 증권·보험 등 판매사가 자체 시스템과 전문인력을 활용해 가입자를 대신해 알아서 펀드 주식 채권 등에 분산 투자해 준다. 은행은 일임업 라이선스가 없고, 보험도 채권 위주로만 일임업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랩어카운트 운용 경험이 많은 증권사에 일임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보험·연금신탁·연금펀드를 하나의 계좌에서 가입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개인연금 통합계좌도 도입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종합적인 연금 정보를 제공하는 '연금포털' 사이트도 개설할 방침이다. 가입자가 다양한 연금상품의 수익률과 수수료를 한눈에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연금펀드에도 계약 철회 기간이 도입된다. 지금은 연금보험만 가입 후 30일 이내에 위약금 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앞으로는 연금펀드에 가입한 후에도 일주일 내지 보름 안에 계약 해지를 신청하면 낸 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
■ <용어 설명>
▷ 디폴트옵션(Default Option) : 금융회사별로 연금 대표 상품(모델 포트폴리오)을 만들고 연금 가입자가 운용 방법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대표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는 제도다.
[최재원 기자 /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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